경영환경 불확실성에.. '웃음기 사라진' 대기업 설 분위기
2016.02.05 16:23
수정 : 2016.02.05 16:23기사원문
민족 대명절인 설을 맞아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6일부터 일제히 '황금연휴'에 들어간다. 올해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작년보다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면서 대기업들 설 풍경은 대체로 가라앉은 분위기다.
연휴와 이어진 11~12일 권장휴가를 실시하는 기업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설 상여금이나 선물도 예년과 비슷하거나 축소된 곳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그룹 총수들도 설 연휴 동안 대부분 자택에서 경영구상에 몰두하는 등 차분하게 명절을 보낼 전망이다.
■대부분 5일 연휴…LG.한화만 권장휴가
5일 재계에 따르면 6일부터 시작되는 설 연휴를 대다수 국내 주요기업들은 대체휴무일인 10일까지 닷새만 사용토록 하고 있다.
재계 맏형인 삼성그룹과 주요 계열사들은 이번 설 연휴에 법정휴무일 외에는 별도의 권장휴가를 실시하지 않는다. 삼성전자 직원들은 연봉에 포함된 명절 상여금을 직급별로 받는데 기본급의 100%를 최근 지급받았다. 과.차장급은 200만원대 설 상여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통상임금과 함께 매년 설·추석 상여금까지 포함해 연봉계약을 맺는다.
삼성은 수년 전만 하더라도 전 직원에게 제공하던 전통시장 상품권을 연휴기간 근무하는 직원들과 협력사에만 지급한다. 별도의 귀향여비나 명절선물도 자취를 감췄다.
현대.기아차는 6~10일 5일간 일괄적으로 휴무에 들어간다. 다만 생산직과 대리 이하 직원들은 11일까지 6일간 휴가를 쓸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생산직과 사원.대리급 직원들은 노조원이기 때문에 규정상 11일까지 무조건 하루를 더 쉬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기아차의 '설 보너스'는 짭짤한 편이다. 현대.기아차 직원들은 통상임금의 50% 규모인 설 상여금과 명절 귀향비 80만원을 받는다. 현대차 직원들에게는 5만원 상당의 유류비와 25만원 상당의 사이버머니(또는 전통시장 상품권)가 별도로 지원된다. 기아차는 15만원 상당의 사이버머니와 10만원 상당의 전통시장 상품권이 제공된다.
SK그룹은 노조 차원에서 지역별로 귀향.귀성버스를 운영하는 것 외에는 회사 차원의 휴가권장이나 별도의 명절 '떡값'은 없다.
그나마 10대 그룹가운데 LG, 한화 정도가 그룹이나 계열사 차원에서 연장휴가를 권장하고 있다. LG는 그룹 차원에서 11~12일 전 계열사에 권장 휴가 지침을 내려, 일부 생산라인 중단이 어려운 구미.평택사업장이나 석유화학공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직원들이 9일간 휴가에 들어간다. LG는 설 상여금으로 기본급 100%를 지급했다. 한화도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생명 등 주요 계열사들이 11~12일 연차 사용을 권장했으며, 설 상여금 외에 30만원을 차례비 명목으로 지급했다.
포스코는 설 명절 상여금으로 60만원을 지급하고, 내수 진작 차원에서 전통시장 상품권 50만원도 별도 제공했다. 두산은 계열사 사정에 따라 다양한 상품권을 지급한다. ㈜두산의 경우 신협 사이버상품권이나 백화점상품권, 온누리상품권 중 직원이 선택할 수 있다. 이 밖에 현대중공업은 명절 상여금으로 50만원과 기본급의 50%를 지급했으며, 현대제철은 귀향여비 75만원을 나눠줬다.
■총수들, 경영구상 '숨고르기'
재계 총수들도 대부분 설 연휴기간 외부활동이나 업무보다는 자택에 머물며 올해 경영구상에 전념할 것으로 파악됐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장기입원 중이라 이번 설도 삼성서울병원 VIP실에서 맞을 예정이다.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명절기간 이 회장을 병문안하고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추가 사업재편 등의 경영계획을 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구본무 LG 회장은 1월 1일 양력 설을 지내기 때문에 별도의 집안모임 대신에 자택에서 차분히 상반기 사업구상으로 연휴를 보낼 예정이다. 최태원 SK 회장도 설 연휴 국내에 머물며 조용히 그룹 현안을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세계 경제와 내수 경기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기상황이다 보니 확실히 대기업들이 예년보다 명절을 조용히 보내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전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이정은 정상희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