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금리인상 후퇴…마이너스 금리는 회의적

      2016.02.11 06:26   수정 : 2016.02.11 06:26기사원문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금리인상에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중국이 경착륙하지는 않겠지만 위안화 가치 하락과 이에따른 불확실한 환율정책 방향으로 미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점차 힘을 얻고 있는 마이너스 금리를 포함한 금리인하에는 회의적이었다.

신흥시장 통화는 금리인상에 유보적인 옐런 의장 발언이 알려진 뒤 하락세가 진정됐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옐런 의장은 이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이전보다 비관적인 발언들을 쏟아냈다.


■ 3월 금리인상, 연기될 듯

옐런은 이날 증언에서 이전에 비해 금리인상과 관련해 좀 더 신중해질 것임을 강조했다. 다음달 15~16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일단 한 차례 금리인상을 건너 뛸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외신들은 약 10년만에 첫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했던 지난해 12월 대외 경제 위험과 미 성장 전망 간에 '균형잡힌' 시각을 보였던 옐런 의장이 이날은 '위험'으로 기울었음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그는 미 성장과 고용을 낮추고, 낮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되도록 만들 수 있는 위험요인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면서 3월 인상 유보를 시사했다.

시장 분위기가 갑자기 좋아지거나, 경제지표가 성장 탄력·고용 증가로 급선회하지 않는 한 3월 금리인상은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옐런 의장은 주가 하락, 위험도가 높은 채권자들의 대출 여건 악화, 달러 추가 강세를 나열하며 "최근 미 금융 여건이 성장에 덜 우호적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 금리와 유가 하락이 부정적 영향을 일부 상쇄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같은 상황 전개가 지속적인 것으로 판명날 경우 경제활동과 노동시장 전망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 문제는 중국

옐런 의장은 중국이 현재 문제의 중심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만 해도 중국 둔화세가 미 경제에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낙관했지만 연초 이후 중국발 악재가 전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면서 태도가 신중해졌다.

그는 위안 가치 추가 하락이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을 몰고 올 것으로 우려했다.

위안 가치가 더 떨어지면 중국의 환율정책이 어디로 튈 지 알 수가 없고, 다른 한 편으로는 상품 수요 추가 둔화와 이에따른 상품 수출국 금융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옐런은 "최근 경제지표들은 중국 성장률 급락을 시사하고 있지는 않지만 위안 가치 하락이 중국 외환정책과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면서 "이같은 불확실성은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이고, 세계 경제 성장 전망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킨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이같은 성장 우려가 가뜩이나 풍부한 재고와 공급 속에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석유와 상품 가격을 더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면서 "결국 낮은 상품가격은 상품수출국, 특히 취약한 신흥시장과 많은 국가의 상품 생산 업체들의 금융여건 압박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옐런은 "이같은 하강 압력이 현실화하면 미 수출과 수출수요는 약화하고 금융여건 역시 악화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금리인하는 시기상조

옐런 의장은 이날 증언에서 긍정적인 전망과 관련해서는 아주 간략하게만 답했다.

그는 "물론 유가 하락이 예상했던 것보다 미 경제 성장을 더 끌어올릴 가능성을 포함해 경제 성장이 여러 이유들로 인해 연준의 전망을 웃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이너스 금리를 포함해 금리인하는 아직 생각하기 어렵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마이너스 금리의 경우 법적인 문제들을 아직 검토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 효과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옐런 의장은 "그와 관련된 법적인 이슈들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상태"라면서 "이를 좀 더 살펴봐야할 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0년 연준이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검토를 했지만 법적인 문제 외에도 "선호할 만한 정책 수단이 아니라는 생각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옐런은 당시 "마이너스 금리가 머니 마켓에 미칠 충격을 우려했고, 미 금융 환경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을 우려했다"고 밝혔다.

법적인 문제를 떠나 마이너스 금리라는 정책방향이 옳은지에 대해 회의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금리인하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당분간 예상하기 어려운 선택이라는 것이다.

옐런 의장은 "경기침체 위험에 대한 우려가 고조돼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성장 급락세는 미국이나 전세계적으로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글로벌 시장 전개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는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옐런은 이어 "그렇지만 FOMC가 조만간 금리인하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을 몰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노동시장이 잘 돌아가고 있고, 개선을 이어가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을 가로막는 요인들도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 신흥시장 통화, 하락세 멈춰

옐런 의장의 금리인상 유보 발언은 신흥시장 통화 가치 하락을 멈추는 효과를 나타냈다.

남아공 랜드는 미 달러 당 전일비 1.4% 상승한 15.83랜드로 올랐고, 말레이시아 링깃도 1.2% 뛴 달러당 4.14링깃으로 상승했다.


러시아 루블 역시 1.1% 오른 달러당 78.85루블에 거래됐다.

BNP파리바 신흥시장 담당 외환전략가인 와이크 그로넨버그는 FT에 "옐런의 증언은 신흥시장 통화 가치를 부양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시장의 위험선호 역시 일부 개선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중국의 추가 평가절하 위험이 여전히 매우 현실성 있는데다 상당한 파급력이 있는 것이어서 신흥시장 통화는 지속적인 도전을 받을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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