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당당하게 할 말하면 기 센거라고요?"
2016.02.15 16:50
수정 : 2016.02.15 21:53기사원문
"남자 나이 마흔은 공으로 먹나?" "노처녀 아니고 싱글이거든요?"(함주란)
"남자가 자기 할말 다 하면 당당한 거고 여자가 그러면 기가 센 거냐? 이 촌스러운 것들아."(노진우)
요즘 '사이다 같다'는 표현이 유행처럼 돈다. 말이나 행동 등이 답답한 속을 쓸어내리는 사이다처럼 시원스럽다는 뜻이다. 오는 18일 개봉을 앞둔 로맨틱 코미디 영화 '좋아해줘'가 그렇다. 흔히 로맨틱 코미디는 여성들이 좋아하는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변주를 시도하더라도 결국은 내세울 것 없는 여주인공이 잘 나가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거나 소위 '나쁜 남자'에게 휘둘리는 '착한 여자'의 이야기로 귀결되기 십상.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이면에 뒷맛이 씁쓸한 이유였다. 하지만 '좋아해줘'는 현실감에 여성의 마음을 대변하는 대사까지 더해 뒷맛도 깔끔하다.
설 연휴를 앞두고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지우도 그 맛에 반했단다. 그는 "'좋아해줘'의 대본을 보고 여자로서 가슴에 확 와닿았다"며 "본격 여성을 위한 로맨틱 코미디"라고 소개했다.
최지우는 이 작품에서 겉은 당당한 골드 미스지만 실상은 어리바리한 노처녀 승무원 함주란 역할을 맡았다. 상사의 마음에 들기 위해 탬버린을 쓰고 막춤을 추다가 결국 탬버린이 목에서 빠지지 않아 망신을 당하고, 이상형의 남자와 잘 해보겠다고 SNS에 사진을 올리며 이미지 메이킹에 열을 올리는 모습에 웃음이 난다. 자칫 한심해 보일 수 있는 캐릭터는 최지우 특유의 발랄함과 만나 사랑스럽게 그려진다. "감독님도 6명의 캐릭터 중에서 제가 가장 싱크로율이 높다고 하시더라고요. 오랜만에 하는 영화라 즐길 수 있고 잘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맡고 싶었는데 선택을 잘 한 것 같아요. 막춤이나 코믹 연기처럼 내려놓는 건… 호호. 예능 프로그램을 했던 게 좀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밝은 역할을 맡았던 드라마('두번째 스무살')와 영화를 거의 동시에 촬영해서 워밍업도 돼 있었고요."
무엇보다 마냥 청승을 떨지 않는 게 함주란의 매력이다. 부동산 사장님의 '노처녀'라는 호칭을 '싱글'이라고 정정한다거나 여자나이 마흔과 남자 나이 마흔을 달리 보는 사회의 편견에 일침을 가할 정도의 당당함을 가지고 있다. 함주란 뿐만 아니라 미혼모 인기 드라마 작가 조경아(이미연), 밀당의 고수를 자처하는 드라마 PD 장나연(이솜)까지 등장하는 여자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남자에게 끌려다니는 법이 없다. 사랑도 일도 스스로 쟁취한다. 최지우는 "여자가 당당하고 주도적이면 흔히 '기가 세다'며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있는데, 이 영화는 그런 편견을 깬다"고 설명했다.
20년이 훌쩍 넘도록 톱스타,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사로잡은 '지우히메'도 이제 마흔을 넘겼다. 하지만 반짝이는 그의 실물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숫자가 부질없게 느껴졌다. "결혼은 언제 할 거냐는 질문, 너무 촌스럽지 않냐"며 선수를 치는 그의 모습이 참 편안해 보였다.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싶어요. 일단 지금이 너무 좋아요. 모르죠. 언제 갑자기 저 결혼해요~ 하게 될지. 배우로서는 나이가 드니까 더 다양한 역할이 많이 들어와서 좋아요. 얼굴에 나타나는 세월의 흔적이 신경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죠. 솔직히 '지우 히메' 타이틀은 계속 지키고 싶어요. 호호"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