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聯·금융노조 지원 계획 '소방전문병원' 건립.. 정부 발목잡아 '공수표'
2016.02.16 17:09
수정 : 2016.02.16 22:06기사원문
■작년말 소방병원 건립 지원 계획 철회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노사는 2013년 9월, 그해 임금인상분 0.3%에 해당하는 166억원을 각각 마련해 총 332억원을 소방전문 병원 건립에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소방관들이 화상 전문병원이 없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여론이 힘을 받으면서다.
소방관의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 받을 경우 경찰병원에서 무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서울에 1곳 뿐이라 접근성이 떨어지고, 타박상이나 골절상 위주인 경찰병원과 달리 화상 환자가 많다. 실제 경찰병원의 소방관 이용률은 2%에 그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소방공무원 처우 향상을 위해 당시 금융권에서 자발적으로 기금을 조성했다"며 "하지만 이후 안전처(당시 소방방재청)가 국회 법률안 마련과 예산권을 쥔 기재부 설득에 성공하지 못하며 시간이 흘렀고, 지난해 말 지원 계획을 철회했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는 해당 금액을 사회공헌기금으로 돌리고 향후 다른 사용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소방병원은 2002년 소방병원추진위원회가 설립되면서 10년 이상 설립 필요성이 논의 됐으나 언제나 예산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정부는 현재 경찰병원이 매년 300억원 이상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 공무원(12만명)의 3분의 1수준인 소방관을 위해 병원을 설립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안전처 관계자는 "소방병원이 설립되면 소방관의 체계적인 건강관리 및 질병 관리 체계를 마련할 수 있다"면서도 "예산 등의 이유로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도 군인 전문병원에서 소방관의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방관 처우 개선시스템 마련 시급
전문가들은 소방전문병원 설립보다 소방관의 처우 개선을 위한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승섭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는 "소방관들이 기존 병원을 가더라도 의료보험 체계안에서 적당한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부분의 소방관의 경우 의료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김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4년 업무 중 요양이나 병원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당한 소방관 1348명 중 83.3%가 공무상 요양을 신청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요양 신청 승인율도 8명 중 1명 수준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10명의 소방관중 8명이 부상을 당해도 정부 보조를 받는 비율은 1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예산 확충도 필요하다. 한 현직 소방공무원은 "지방공무원으로 분류 돼 일부 지역의 경우 병원 이용이 불편하고 장갑 등 소방기구 지원도 떨어져 직원들이 사비로 사서 쓰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문병원 설립보다 국가직 전환을 통해 정부에서 일관되고 안정적으로 소방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