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늘, 동주&청춘&낭만의 ‘주인공’

      2016.02.16 17:20   수정 : 2016.02.16 17:20기사원문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 ‘상속자들’부터 이후 ‘미생’, 영화 ‘스물’, ‘쎄시봉’, 그리고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까지 배우 강하늘은 대한민국 어떤 누구보다 가장 다양한 청춘을 만나고 있다.이런 그가 영화 ‘동주’(감독 이준익)를 통해 1945년 누구보다 뜨거웠으나 누구보다 혼란스러웠고, 누구보다 아팠던 윤동주 시인을 그렸다.동주는 시인을 꿈꾸지만 반대하는 부모님과 갈등하고,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얼빠진 표정을 짓는 순수하고 수줍음 많은 청년이다. 동주는 삶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한 벗이자 사촌인 몽규가 신춘문예에 당선돼 자신보다 한 발 앞서가는 것 같아 그에게 열등감을 느끼기도 한다.한국인이 가장 사랑한 시인이자 평소에도 좋아하던 위인 윤동주를 연기하는 것은 당연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강하늘에게 ‘동주’라는 영화는 배우로서 필모그래피를 채우는 것 이상의 작품이었다.“부담감이 많았어요. 다만 영화를 촬영하면서 욕심이 있었다면 저희 집에 ‘쇼생크탈출’, ‘대부’ 등 포장도 안 뜯고 전시해둔 DVD들이 있거든요. 제 작품은 하나도 없는데, ‘동주’가 여기에 속할 수 있다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렇게 될 수 있을지는 다시 봐야 알 것 같아요.(웃음)”

그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야기는 결국 비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부끄러워하는 동주를 보며 우리도 부끄러움을 느꼈고, 아파하는 동주를 보며 우리도 아팠다. 이런 시대의 아픔과 미완의 청춘들의 먹먹함을 그려내기란 쉽지 않았을 터.“모든 신이 어려웠지만 특히 윤동주 시인이 돌아가시고 나서 영안실에서 누워 있는 장면이 가장 힘들었어요. 이미 돌아가신 상황이라 죽어 있는 것처럼 있어야 했죠. 그런데 옆에서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시는데 저도 자꾸 눈물이 나는 거예요. 제가 울면 다시 촬영해야 하니까 참으려고 애썼지만 눈물이 맺히더라고요.”‘동주’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만주 북간도 사투리와 일본어가 사용된다. 대본의 절반은 북간도 사투리, 나머지는 일본어였기 때문에 대사를 외우는 것부터 감정을 넣는 것까지 모든 순간을 고민해야 했다.“사실 대본으로만 봐도 힘들었어요. 대사에 감정을 넣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죠. 일본어 대사를 보면서 어떤 마음일까 생각해 봤고, 사투리는 한마디로 닥치니까 하게 되더라고요.(웃음) 귀에 익도록 사투리로 연기한 작품들을 틀어놓고 잤고, (박)정민 형과 만날 때마다 연습하곤 했어요.”“나중에는 사투리를 안 쓰는데, 그 이유는 시를 표준어로 읽어야 했기 때문이었어요. 평소엔 사투리를 쓰다가 내레이션만 표준어로 하면 이질감이 들 것이라는 판단이었죠. 실제로 저 같은 경우도 부산에서 올라왔는데 자연스럽게 사투리가 고쳐지더라고요. 그러다가 흥분하면 저도 사투리가 튀어 나오는데, 그래서 동주도 몽규와 다투는 신에서 사투리를 써요.”

시인의 삶을 그렸기 때문에 작품 곳곳에 선물처럼 시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것을 내레이션으로 읽는 강하늘의 목소리는 깨끗해서 맑은 영혼을 가졌던 윤동주 시인의 내면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어떤 마음으로 읽느냐가 가장 중요했던 것 같았어요. 후시녹음을 했는데, 특히 ‘서시’는 편하게 앉아서 읽으니까 마음에 안 와 닿더라고요. 오버일 수도 있지만 정성스럽게 읽고 싶어서 의자 위에서 무릎을 꿇고 읽었죠. 대본 리딩 할 때도 눈물이 났는데, 실제 녹음 때도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이 첫 마디가 안 나오더라고요.”“이 역할을 맡게 돼서가 아니라 원래 윤동주 시인의 팬이었어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버전 별로 갖고 있을 정도예요. 영화 찍으면서 더 좋아진 시는 ‘자화상’이에요. 예전엔 이 시를 읽으면서 당연하게도 ‘한 사나이’가 윤동주 시인 본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영화에서는 송몽규로 해석하더라고요.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구나 싶어서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이 영화는 눈물을 짜내는 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함은 어느 샌가 눈물로 변한다. 만약 영화가 끝날 때까지 눈물을 잘 참아냈더라도 엔딩을 장식하는 ‘자화상’이라는 노래는 관객들을 울컥하게 만든다. 이 노래는 기교 없이 덤덤하게 부르는 강하늘의 목소리와 만나 무엇인가를 해야 했지만 그것을 하기엔 너무나도 연약했던 시대를 담아냈다.“노래를 하는 것에 대해 많이 고민을 했어요. 영화가 끝나고 나서 윤동주라는 인물로 나왔던 사람이 노래를 한다는 것이 득이 될까 독이 될까 생각해 봤었죠. 혹시나 흐름을 깨지 않을까 걱정돼 감독님께 말씀드렸더니 안 좋으면 안 쓰겠다고 하셔서 안심했었어요.(웃음)”

최근 강하늘은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을 통해 형들과 함께 아이슬란드로 떠났었다. 그는 수북이 쌓인 눈에 뛰어 들어가 파닥파닥대며 천사 모양을 그리거나 나무 아래에서 쏟아지는 눈을 맞거나, 눈 속에 와플과 커피를 플레이팅 하는 등 낭만적인 행동을 거침없이 행하곤 했다. 그가 봤던 밤하늘은 대체 얼마나 예뻤길래 눈 위에 덥석 누워버릴 수 있었던 걸까.“제가 사실 4차원적이긴 해요. 감성을 넘어서 똘끼도 있고요.(웃음) 오로라는 ‘못 봤으면 말을 하지 마라’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예요.(웃음) 눈으로 볼 수 있는 것 중에 감히 가장 아름다운 것 같아요. 하늘에서 커튼에 왔다 갔다 하거든요. CG를 보는 느낌까지 들었어요.”“여행을 다녀와서 달라진게 있다면 마음이 조금 여유로워졌다는 거예요. 아이슬란드 속담 중에 ‘모든 고독은 아이슬란드에서 왔다’라는 말이 있는데요. 공항에 내리는 순간 눈이 쫙 펼쳐져 있고 지평선밖에 안 보여요. 돌들도 몇 천 년 간 차곡차곡 쌓여 있는데, 거기서 제가 살아온 순간들을 따지면 정말 너무 작거든요. 그걸 보면서 마음이 여유로워진 것 같아요.”2016년 1월 1일부터 ‘꽃보다 청춘’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는 오는 17일 영화 ‘동주’와 ‘좋아해줘’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드라마 ‘보보경심: 려’ 촬영을 시작했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그는 공연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언제나 밝은 에너지를 전파하는 그의 모습을 앞으로는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꽃보다 청춘’은 정말 의도하지 않게 간 것이었고(웃음), 영화도 공교롭게도 같은 날 개봉을 하는데, 다들 아시겠지만 제 의사가 반영된 것은 아니에요. ‘보보경심’도 언제 촬영에 들어가는지 모르고 하게 됐는데 이번에 들어갔어요. 사실 이렇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죠. 제 욕심이지만 ‘보보경심’ 끝나고 무대를 계획하고 있어요. 공연이라는 것이 여러 가지 상황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 아직 구체화할 수는 없으나 꼭 하고 싶어요.”한편 ‘동주’는 오는 17일 개봉 예정이다./fnstar@fnnews.com fn스타 이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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