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조인현 농심 중국법인장 "대도시·고소득층 겨냥 '프리미엄 마케팅' 주효
2016.02.24 17:07
수정 : 2016.02.24 21:39기사원문
"(중국시장 진출에 있어서) '13억명에게 한개씩만 팔아도 대박'이라는 생각이 가장 위험합니다. 한 명, 한 명에게 일일이 팔아야 한다는 자세로 다가가야 합니다."
농심의 중국사업을 총괄하는 조인현 중국법인장은 "중국은 최근의 경제성장률 둔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며 특히 프리미엄 식품시장의 성장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면서 "농심은 신라면을 비롯해 라면과 스낵 제품의 중국내 매출이 매년 큰 폭으로 성장 중"이라고 강조했다. 조 법인장은 지난 1981년 농심 무역부에 입사한 이후 1998년 중국사업을 담당한 후 올해로 19년차를 맞았다. 국제사업에서 잔뼈가 굵은 '신라면 전도사'다. 조 법인장의 말대로 농심은 지난해 중국에서 매출 2억달러를 넘어서며 전년대비 16.6%나 신장됐다.올해는 3억달러 돌파를 목표 삼았다.
■"철저한 시장조사·장기적 안목 접근해야"
조 법인장은 다만,중국 시장을 너무 쉽게 접근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중국에 무작정 들어왔다가 실패한 기업들이 부지기수"라며 "철저한 사전조사로 중국시장 공략전략을 짜고 이를 긴 안목에서 실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국인들에게 라면은 '끓여먹는 음식'이 아닌 '물을 부어 간단히 먹는 음식'으로 각인됐다. 게다가 1996년 중국에 신라면을 처음 수출했을 당시에는 매운 맛도 매우 낯설어 했다.
조 법인장은 "중국 시장을 개척하면서 이들의 입맛에 맞추기보다는 '우리의 맛'을 알리겠다는 의지가 강했다"라며 "신라면도 많은 시식행사와 현지에 맞는 마케팅을 10여년 지속하고 나서야 비로소 안정되고 본격적인 매출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제품을 흉내내고 1등을 따라가는 전략으로는 영원히 2류에 머물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신라면을 프리미엄급 라면으로 포지셔닝하고 상위층을 먼저 공략한 다음, 저변을 확대해 나가는 전략이 주효했다"고 했다.
신라면은 현지 제품보다 가격이 2~3배 높은 데도 지난해 중국에서 5000만달러 어치를 팔아 농심의 중국내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농심은 13억 인구를 모두 마케팅 대상으로 하지 않고 대도시 고소득층 위주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비싸더라도 욕구를 충족하는 제품이라면 결국 소비자들은 따라오게 된다는 말이다.
■"특정계층 타깃 고급화 전략 주효"
농심의 중국시장 전략은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연안도시와 수도 베이징을 먼저 공략하고, 이를 기반으로 중국의 내륙도시로 넓혀간다는 '해를 따라서 서쪽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와 일맥상통한다. 농심은 중국인에게 각인될 만한 마케팅 활동을 별여왔다. 농심은 마오쩌둥의 명언 '만리장성에 오르지 않으면 대장부가 아니다'라는 말을 인용해 만든 '매운 것을 먹지 못하면 남자가 아니다'라는 광고 카피로 중국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조 법인장은 "처음 상하이에서 이 광고가 나가고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자 장쑤성,저장성 등 인근 지역에서도 신라면에 대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면서 "특히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바둑대회를 후원해 농심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를 더욱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농심은 1999년부터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을 매년 개최해 오고 있다. 올해 3월 1일부터 진행되는 결승에서 우승팀은 5억원의 상금을 가져간다. 국내외 기전을 통틀어 최고 수준의 우승상금이다.
■"차별화·현지화·끈기로 승부 걸어야"
조 법인장은 "중국에서 치러지는 바둑대회는 10여개가 있지만 각국의 국가대표가 참여하는 단체전 성격의 대회는 농심배가 유일하다"며 "한·중·일 바둑 삼국지라고 불리는데 이 대회를 통해 얻는 마케팅 효과가 매년 수백억원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농심 신라면배 바둑대회는 매년 CCTV, 상해TV, 인민일보 등을 통해 기전 소식과 기보가 전해지고 있다. 경기가 있는 당일에는 온라인에만 2000만명이 모일 정도다.
조 법인장은 "중국 인구만 보고 무조건 잘 팔릴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개성있는 제품으로 차별화되고 현지화된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펼칠 수 있는 원칙과 끈기가 성공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멀지않아 중국인들의 입맛과 취향이 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식품안전에 대한 의식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저한 한국의 맛으로 중국시장에서의 신라면과 농심의 입지를 넓힐 생각이다. 그의 몸에는 여전히 한국인의 '매운 피'가 흐르고 있다.
김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