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면 신종 피싱, 파밍, 몸캠.. 늘 새로운 범죄와의 전쟁

      2016.03.02 18:40   수정 : 2016.03.02 18:40기사원문
모두가 인터넷을 한다. 미래창조과학부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 만3세 이상 인구의 83.6%인 4111만8000여명이 인터넷 이용자다. 60대의 절반 이상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30대 이하에서는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 고작 0.2%내외다. 이들 대부분은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를 통해 장소와 상관없이 인터넷에 접속한다. 집은 물론이고 직장과 학교, 버스, 지하철, 심지어는 화장실에서까지도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떨어질줄 모른다. 인터넷은 이미 삶의 일부분이다. 삶이 있는 곳엔 범죄도 있다. 인터넷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2001년 3만3289건이던 사이버범죄는 2014년 11만109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금융범죄부터 각종 해킹과 불법사이트 운영까지 여러 형태의 범죄가 온라인상에서 발생한다. 수법 역시 진화를 거듭한다.


경찰관서에 마련된 사이버수사팀은 오늘도 사이버범죄와 맞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 가운데 지난해 주목할 만한 성과를 올리고 경찰청 탑사이버팀(Top-cyber team) 초대 왕중왕에 선발된 경기 일산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을 찾았다.

■中 금융사기 조직 와해, 신종 금융범죄에 전문성

일산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이 전국 최고로 꼽힌데는 지난해 6월 파밍(악성코드를 통해 스마트폰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빼내 계좌에 든 금액을 몰래 이체하는 범죄)과 몸캠피싱(음란화상채팅을 하자고 접근해 상대방의 행위를 녹화한 후 협박하는 범죄) 범죄를 저질러온 금융사기 조직을 검거한 영향이 컸다.

중국 연길지역에 근거를 둔 이 조직은 지난해 2월부터 5월까지 파밍과 몸캠피싱 등을 통해 수십명의 피해자로부터 8억200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특히 성적 행위가 담긴 은밀한 영상을 녹화해 지인에게 보내겠다고 협박당한 피해자들의 고통이 컸다. 일산 사이버수사팀은 여러 건의 신고가 접수되자 즉각 수사에 나섰다. 팀 전원이 매달린 대규모 수사였다. 범죄가 일어나는 양상은 일찌감치 파악했지만 조직이 점조직 형태로 나뉘어 있어 섣불리 움직였다간 주요 범죄자들이 몸을 숨길 우려가 있었다. 그러던 중 인출조직을 관리하는 총책이 한국에 입국한다는 첩보를 입수했고 현장을 덮쳐 인출총책을 포함한 31명의 조직원을 검거(15명 구속)하는데 성공했다. 말단 조직원부터 중국총책, 대포통장 모집책, 현금 인출책, 환전상까지 파밍범죄와 관련한 모든 조직원을 검거한 첫번째 사례였다.

일산서 사이버수사팀장 김선겸 경감(37)은 "사이버범죄는 국경이 없는데 우리는 국경이 있는 경찰이다보니 범죄를 뿌리까지 뽑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며 "검거작업을 하면 보통 중간에서 끊어지기가 쉬운데 끝까지 조직을 뿌리 뽑은 부분이 높이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수사가 한국에서 파밍이나 몸캠피싱 범죄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향후 수사에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알게 된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일산 사이버수사팀이 신종 금융사기 조직원을 검거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년 전에는 국내 최초로 파밍범죄 조직원을 검거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김 팀장은 "일산 사이버수사팀이 보이스피싱에서 스미싱, 파밍 등으로 진화하고 있는 신종 사이버금융사기 부문에 강점을 갖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밖에 지난 한해 일산 사이버수사팀은 쇼핑몰 먹튀 사기조직, 도박사이트 운영 조직, 중고물건 사기단 등을 검거하는 성과를 올렸다.

■팀워크와 자긍심, 오늘을 만든 두 가지


일산 사이버수사팀원은 팀장인 김선겸 경감을 포함해 모두 9명이다. 김남식 경위(47), 김규환 경위(35), 김진규 경사(41), 김길회 경장(31), 전원석 경장(33), 원은경 경사(32·여), 김종규 경사(36), 윤제용 경장(27)이 그들이다. 이 가운데 김진규 경사와 김길회 경장은 전문기술을 갖춘 사이버 특채 직원이다.

사실 사이버수사팀에 방문하기 전에는 팀원 전원이 컴퓨터 전문가일 거라고 생각했다. 사이버범죄 수법이 첨단을 달리는 전문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뷰 내내 김 팀장은 수사가 종합 활동이란 점을 강조했다. 그는 "사무실 안에서 분석을 잘 한다고 해서 사건이 해결되는 게 아니다"며 "직접 나가 범인도 검거해야 하고 법률적 지식도 필요하고 팀의 균형이 잘 잡혀 있어야 하는데 일산 사이버팀 같은 경우 팀 구성이 매우 좋다"고 자부했다.

수사가 여러 명이 함께 하는 종합 활동이다 보니 팀워크도 중요하다. 범인 한 명을 검거한 뒤에도 증거를 분석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남은 조직원을 검거하는 등 시간과 싸움을 벌여야 하는 사이버범죄 특성상 많은 팀원이 한 사건에 매달릴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일산 사이버수사팀이 최고의 자리를 차지한 비결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 팀장이 주저 없이 "팀워크"라고 답한 이유다.

자긍심 역시 사이버수사팀 팀원들을 지탱하는 가치다. 하루 수십 통씩 신고접수를 받고 그에 대한 대응을 해나가는 일선 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이 별도로 독자적인 수사에 나서기 위해서는 자긍심과 사명감이 필수적이다. 김 팀장은 "매일 피해가 발생하고 그 피해를 최전선에서 마주하기 때문에 스스로 범죄방어의 최후보루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사이버범죄만큼 검거가 곧 예방으로 이어지는 범죄가 없기 때문에 높은 업무강도에도 최선을 다해 검거활동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진화하는 사이버범죄, 인력과 투자 절실

사이버범죄와 사이버수사는 다른 어느 분야보다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하나의 기술이 개발되면 범죄자는 잡히지 않기 위해서, 경찰은 이들을 쫓기 위해 그 기술을 적용하고 연구한다. 계속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는 IT분야다 보니 다루는 사건 역시 새로운 형태일 수밖에 없다. 수년 만에 단순한 피싱범죄에서 스미싱을 거쳐 파밍으로 트렌드가 바뀌어온 금융사기가 대표적이다.

김 팀장은 "사이버범죄를 다루다보면 늘 신종범죄와 마주칠 수밖에 없다"며 "누군가에게 배워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직접 부딪치며 해나가야 하는 개척분야라는 게 어려우면서도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그에게 어려웠던 순간에 대해 묻자 "2007년부터 6년 동안 사이버팀장을 하다 2년 동안 자리를 비웠는데 그 2년의 공백은 내가 이 일을 다시 할 수 있을까 싶었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SNS도 발달하고 PC에서 모바일로 옮겨가고 수사 환경이 너무나 변해 힘이 들었다"며 "사이버범죄에 있어서는 예전 전문가가 지금 전문가는 아니다"고 못을 박았다.

갈수록 조직화되고 전문화되는 사이버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 김 팀장이 내놓은 답은 '인력과 예산'이었다. 인력과 예산이 확충되면 보다 심도 있는 수사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해 안타까운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경찰청에 사이버안전국이 설치되면서 비약적인 발전이 이뤄졌지만 아직 개선될 수 있는 부분도 많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사이버범죄 특성상 갑자기 사건발생이 급등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에 대응할 인력이 부족해 난감한 상황에 처할 때도 적지 않다.
비교적 인력이 많은 편인 일산경찰서 사정이 이러니 다른 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은 독자적인 인지수사를 감행할 엄두를 내기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김 팀장은 "세월호 참사 등 사회적 이슈가 부각되고 유가족 모욕이나 연예인 명예훼손 등 사건이 터지면 한 사람이 감당해야 할 업무량이 너무 늘어난다"며 "지난해만 해도 스미싱이라고 해서 소액결제사기가 기승을 부려 하루에 100건씩 신고가 들어왔는데 이런 경우 다른 수사를 진행할 수 없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그는 "매번 불가능하게 보이는 사건을 사명감을 갖고 해결해내는 팀원들이 자랑스럽다"면서 "이들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고 사회적으로도 사이버수사가 중요하며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공유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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