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게임'.. 그들의 열정은 더 뜨겁다

      2016.03.08 18:04   수정 : 2016.03.08 18:04기사원문


"쟤들, 저래 봬도 마음은 다 메이저리그야. 여자들은 상대가 안 되지."(이광환 서울대 감독)

"꼭 한 번 일본을 이겨 보고 싶다. 서울대를 제물로 삼아 자신감을 갖겠다."(김주현 여자야구 국가대표 상비군 코치)

지난 5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내 야구장. 서울대 야구부와 여자야구 국가대표상비군의 합동 훈련이 있었다. 남자 선수들과 여자 선수들이 나란히 서서 펑고를 받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서울대 야구부는 늘 진다.
패배에 이골이 났다. 그래도 야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메이저리그 못지않다. 여자야구 국가대표상비군은 오는 9월 3~11일 부산광역시 기장군에서 열리는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있다. 나머지 팀에 모두 패하더라도 일본만큼은 이기고 싶다.

그러나 일본은 강하다. 일본에는 여자 프로팀이 4개나 된다. 한국여자야구는 일본을 상대로 한 점을 뽑기도 힘들다. 지난해 9월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서 0-16으로 패했다. 그래도 9월 한일전에선 꼭 이기고 싶다. 한일전은 실력보다 정신력이니까.

서울대 야구부와 여자야구 국가대표 상비군이 오는 13일 오전 11시 부산 구덕야구장서 친선경기를 펼친다. '아마야구의 부활'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제3회 전국명문고야구열전이 마련한 이벤트 매치다.

이들의 만남은 지난해 9월 15일 서울 고척돔 개장 기념 경기 이후 두 번째다. 당시엔 서울대가 8-4로 이겼다. 하지만 5이닝으로 치러 정식 경기가 아니었다. 이번이 사실상 첫 만남인 셈이다.

서울대를 이끄는 사령탑은 '자율 야구 전도사' 이광환 전 LG 감독. 2010년부터 6년째 팀을 맡고 있다. 그동안 서울대는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이광환 감독 부임 이후 서울대 야구부의 전력은 오히려 더 약해졌다. 체육교육과 학생들의 수를 줄이고 일반 학생의 수를 늘렸기 때문이다.

학점이 3.5 이하면 야구부에서 퇴출시켰다. 현재 18명의 선수(아직 신입생을 받지 못한 상태) 가운데 체육교육과는 4명뿐이다. 나머지 선수들은 경제, 경영, 생명공학, 공과대 등으로 다양하다. 흥미로운 것은 6명의 매니저들. 모두 서울대 재학 중인 여학생들이다.

서울대는 지난해 이광환 감독 체제하에 첫승을 올릴 뻔했다. 서남대에 경기 초반 8-0으로 앞서갔다. 모두가 두근거리며 경기 후반을 맞이했으나 결국 9-8로 역전 당했다.

이광환의 서울대 야구부는 이기기 위해 경기를 하지 않는다. 즐기기 위해서 한다. 구본원(경영학), 송지섭(화학생명공학), 조준희(체육교육) 등 몇몇의 수준은 야구를 전문으로 하는 대학선수 수준이다.

여자야구대표상비군에도 스타 선수들이 있다. 최고 시속 115㎞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 김라경(계룡고 1년), 초등학교 교사 투수 강정희, 포수 겸 4번 타자 곽대이 등은 전국구 스타들이다. 특히 김라경은 중학교 시절인 지난해 110㎞의 스피드를 기록해 화제를 모았다. 앞으로 120㎞까지 스피드를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광환 서울대 감독은 "여자야구와 서울대 야구부는 한국 야구의 저변이다.
여자 야구 대표팀이 일본 대표팀을 이기고, 서울대가 일본 도쿄대를 이기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날 '한국야구 만세'를 외치고 싶다.
이들의 경기는 야구중계의 명가 MBC스포츠플러스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야구전문기자

사진=박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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