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서 뮤지컬 히로인으로'두 주현이'의 닮은 꼴 도전기

      2016.03.09 18:15   수정 : 2016.03.09 22:31기사원문
걸그룹 활동과 뮤지컬 배우를 병행하고 있는 A가 자신이 출연 중이던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공연 에 국민 걸그룹 출신의 '뮤지컬 여왕' B를 초대했던 날. 공연이 끝나자마자 A는 B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 어땠어요?" 밤 12시가 넘은 늦은 시각, B가 A의 집에 나타났다. B는 드레스를 입었을 때 몸을 숙이는 각도부터 발성과 표정, 모니터링 노하우까지 아낌없이 조언해줬다. A의 방엔 뮤지컬 '위키드'의 초록마녀 엘파바를 연기했던 B와 금발마녀 글린다의 사진이 곳곳에 붙어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글린다의 몸에 A의 얼굴이 합성돼 있었다. "언니, 저 매일 이 사진 보면서 꿈을 키워요."

A는 한국 대표 걸그룹 소녀시대의 서현(본명 서주현), B는 1세대 걸그룹 출신의 '뮤지컬 여제' 옥주현. 두 사람은 5년 넘게 각별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옥주현은 이제 국내 최고의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뮤지컬 배우가 됐다. 벌써 햇수로 12년차. 3년전 뮤지컬 '해를 품은 달'로 시작해 샛별로 떠오른 서현은 그를 '롤모델'로 삼았단다. 도전을 즐기는 두 '주현이'를 8일 시간 차를 두고 만났다.



■ 언니 주현이의 도전, 세계 겨냥 '마타하리'

'마타하리'는 유럽 라이선스 뮤지컬로 흥행을 이어왔던 EMK뮤지컬컴퍼니가 기획단계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한 첫 장작뮤지컬이다.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가 제프 칼훈 등 세계적인 창작진이 참여하고 25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됐다. 그런 작품의 '원톱' 타이틀롤을 옥주현이 맡았다.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제작발표회가 끝나고 만난 옥주현은 그러나 "서로의 부담과 신뢰가 만나 엄청난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저 역시 기대와 신뢰가 커요. 곡이 나오기 전부터 출연을 결정한 것도 그 때문이에요. 엄 대표님(엄홍현 EMK대표)이 만들면 절대 '후지게' 만들지 않는다는 믿음, 이렇게 훌륭한 창작진의 손에서 빚어질 내 모습에 대한 기대감이죠."

'치명적인 아름다움'의 마타하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중 스파이자 프랑스 물랑루즈 최고의 무희였던 실존 인물이다. "없는 섹시미를 만드느라 힘들다"는 옥주현은 이미 마타하리로 보였다. 와인색의 타이트한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고 굵은 웨이브를 넣은 긴 머리카락이 고혹적인 손끝으로 흘렀다. 안정감있고 부드러운 중저음의 목소리는 "옥주현의 목소리에서 영감을 얻어 음악을 만들었다"는 작곡가의 말을 증명하는듯 했다.

옥주현하면 가창력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마타하리의 넘버가 정말 아름다운데 어렵다는 게 함정"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노래는 화려한 무도회 같아요. 듣고 있으면 달빛이 비추는 호숫가에 앉아있는 연인이 그려지기도 해요. 그런데 옥타브를 넘나드는 도약이 짧은 마디 않에 너무 많아서 부르기는 힘들죠." 그는 "가사는 '친절한 사용설명서'일 뿐이다. 작곡가가 그린 그림을 날 것 그대로 파악하기 위해 가사 없이 '라라라'로 불러 감정을 잡아낸다"며 작품에 접근하는 비법을 공개하기도 했다.

2005년 뮤지컬 '아이다'로 데뷔해 '시카고' '캣츠' '몬테 크리스토' '위키드' '엘리자벳' '레베카' 등 대작의 주연으로 활약한 그다. 그간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것은 옥주현의 최종적인 목표다. "보물섬의 지도를 가지고 보물을 발견하고 점점 쌓아서 무대에서 발휘하는 과정을 반복해왔어요. 공연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으니, 제가 얻은 노하우와 경험담을 공유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무대에 오래 남고 싶어요."

아이돌이 뮤지컬 시장에 활발히 진출하는 것에 대해서도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제가 아이돌일 때보다 지금 아이돌의 영향력이 훨씬 크잖아요. 해외 팬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공연시장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해요. 다만 개인적인 열정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이 필요하겠죠."


■ 동생 주현이의 도전, 스테디셀러 '맘마미아'

1단계 도전은 성공이다. 오디션에서 3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소피 역을 차지한 것. 이제 배우로서 실력을 인정받을 차례다. '해를 품은 달'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작품이다. '맘마미아'가 공연 중인 서울 잠실 샤롯데시어터에서 만난 서현은 "주현언니가 출연한 '아이다'를 보고 뮤지컬 배우가 돼야겠다고 결심했다. 주현언니 같은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언니의 철저한 자기관리가 존경스러워요. 공연이 있을 때는 모든 일상생활의 패턴을 공연에 맞추시더라고요. 아, 그렇게 하니까 이런 무대가 나오는구나, 고개가 끄덕여져요."

자기관리라면 서현도 뒤지지 않는다.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러닝머신을 뛰며 노래연습을 한다. 지난달 '맘마미아' 공연을 시작하고부터는 초밥만 먹고있다. 그 이유에서 순수한 열정이 묻어난다. "체질 개선 전문 한의원에서 제 몸에 생선이 잘 맞는다고 하더라고요. 먹는 음식으로 몸이 만들어지는 거잖아요." 소녀시대 활동을 병행하면서 컨디션 조절은 필수다. 최근 중국에서 촬영을 마친 영화의 포스터 촬영 때문에 당일치기 중국행도 무릅써야했다. 건조하고 추운 비행기 안에서 '살아남는' 방법에는 도가 텄다. "탑승하자마자 수분 마스크를 쓰고 목에 수건을 둘둘 감아요. 목에 좋다는 액상 프로폴리스도 꼭 챙기고요."

가수와 뮤지컬 배우. 어느 하나도 놓치기 아깝다. 서현은 "뮤지컬에 올인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속상할 때도 있다"며 "양쪽에 나쁜 영향이 가지 않도록 잘 해야한다. 오롯이 내 몫"이라고 말했다.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는 의연하다. '맘마미아'에서 한층 발전됐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마다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일이 신경쓰다보면 오히려 제가 표현하려는 캐릭터가 흐려지더라고요. 이번 작품에서도 저만의 소피를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실제로 첫 장면에서 맨발 등장이나 예비 신랑인 스카이와의 농염한 애정씬은 서현이 직접 낸 아이디어다. "씩씩하면서 자유분방하고 익살스러운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제 안에 그런 면이 있거든요."

결혼 대신 꿈을 찾아 떠나는 극 중 소피처럼 서현도 도전에 항상 목마르다.
"새로운 환경을 접하고 배우는 것에 대한 갈증이 있어요. 인생을 길게 보고 한계를 두지 않아요. 기회가 된다면 뮤지컬 음악 공부를 하러 해외에 나가고 싶어요."

그의 당장의 목표는 뮤지컬 배우로 인정받는 것이다. "뮤지컬 무대에 있을 때 오늘 내가 살이있다는 걸 느껴요. 가수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관객과 교감할 수 있는 멋진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어요."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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