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면역거부반응 최소화한 인공조직심장판막 개발
2016.03.14 13:44
수정 : 2016.03.14 13:44기사원문
국내 연구진이 면역거부반응을 최소화한 인공조직심장판막을 개발해 이를 인체에 적용하는데 성공했다. 이 판막은 가슴을 여는 수술이 아닌 간단한 스텐트 시술로 이식했다.
또한 기존의 인공심장판막 보다 우수한 혈류역학(혈액운동)과 내구성을 확보해 인공심장판막의 수명 한계로 인한 재수술을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기범·흉부외과 김용진·임홍국 교수팀은 돼지의 심낭 조직을 이용한 인공심장판막에 특수 면역 및 화학 고정처리 기법을 적용, 이종이식의 문제점인 면역거부반응을 최소화한 '차세대 인공조직심장판막(이하 차세대판막)'을 개발해 사람에게 이식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판막은 2011년 양에게 이식한 결과, 6개월 이상의 관찰기간 동안 정상적인 모양과 기능을 유지했다.
연구팀은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 지난달 25일 선천성 심장질환으로 인해 수차례 수술을 받았던 환자(여·22)의 폐동맥판막 부위에 차세대판막을 이식했다.
폐동맥판막은 우심실이 폐로 혈액을 뿜어낼 때 혈액이 우심실로 역류하는 것을 막아준다. 환자는 어릴 때 복합 심장기형의 일종인 '팔로사징'을 진단받아 폐동맥의 좁은 부분을 넓혀주는 수술을 받았다. 이후 폐동맥판막의 기능이 없어 혈액이 우심실로 역류, 우심실의 운동능력이 매우 떨어져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차세대판막이 이식된 즉시 혈액의 역류는 사라졌으며, 시술 4일째 합병증 없이 건강한 상태로 퇴원했다.
연구팀은 국내 업체인 태웅메디칼과 함께 개발한 '니티놀 스텐트'를 이용해 차세대판막을 폐동맥 판막 부위에 이식했다. 최근 인공심장판막 이식은 가슴을 여는 수술 대신, 사타구니 혈관에 도관을 삽입하고 도관을 따라 판막을 감싼 스텐트를 판막 부위에 위치시킨 후 스텐트를 이식하는 시술이 시행되고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스텐트-인공판막'은 폐동맥판막 질환에 특화된 것이 특징이다.
김 교수는 "폐동맥판막 질환에 특화된 스텐트-인공판막은 세계적으로 아직 개발단계에 있는데 국내 기술로 면역거부반응을 최소화한 판막을 개발해 이를 스텐트 시술로 이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 시술이 본격화 되면 폐동맥 판막질환 환자는 간단한 시술로 면역거부반응이 없고 내구성이 좋은 판막을 이식받을 수 있어, 인공판막의 수술 및 재수술로 인한 환자의 고통을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기술은 판막의 국산화를 위해 세계 최대 규모의 판막회사의 러브콜을 뿌리쳤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김용진 교수는 "이번 차세대판막은 유럽 등 선진국이 독점하고 있는 인공조직판막 시장에서 한국 의료기술의 수출 시대를 본격적으로 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9명의 환자에게 차세대판막(폐동맥판막)을 추가로 이식한 후, 판막의 본격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또 판막의 적용 범위도 폐동맥판막에서, 대동맥판막 등 모든 판막으로 넓혀나갈 예정이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