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처벌법'에 중대 헛점... 대법 "음란편지 직접 전달하면 처벌 못해"

      2016.03.20 10:14   수정 : 2016.03.20 10:14기사원문
성폭력처벌법에 중대한 허점이 발견됐다. 음란한 내용이 담긴 편지를 우편이 아닌 직접 상대방에게 전달하면 처벌할 수 없다는 사실이 대법원 판결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상 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47)에게 징역 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구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에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이 있지만 "직접 상대방에게 음란한 글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는 "전화나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이 같이 판결했다.

현행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제13조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이나 그림, 영상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을 "2년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룸에 거주하는 이씨는 같은 건물 다른 원룸에 거주하는 여성에게 모두 6차례에 걸쳐 원룸 출입문에 편지를 끼워놓은 수법으로 음란한 편지를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이씨의 행동이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로 보고 유죄를 인정, 징역형을 선고했다.


1심은 징역 1년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고, 2심은 이씨가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징역형을 6개월로 감경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상대방에게 직접 음란한 글을 전달하는 행위까지 처벌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면서 "실정법 이상으로 처벌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 관계자는 "비난 가능성이 큰 행위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처벌하기 어렵다는 판결"이라면서 "학계에서도 비판이 있었지만 입법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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