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동력 '네거티브 규제 완화'에 달렸다

      2016.03.20 15:26   수정 : 2016.03.20 15:26기사원문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등장할 신산업의 성공 키는 정부의 규제혁파에 달렸다.

규제 개혁 중에서도 시장 진입 또는 사업 활동을 제한하는 행정규제를 도입할 경우 법령에 금지하는 사항을 열거하고 그 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의 안착이 최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는 규제의 방식을 '포지티브(Positive)'에서 '네거티브(Negative)'로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했다. 'A, B, C는 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안 된다'는 것이 기존 '포지티브(Positive)' 규제였다면, 'A, B, C만 제외하곤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네거티브(Negative)' 규제다. 덕분에 보다 많은 영역에서 새로운 분야의 사업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일례로 당장 이달 내에 시행되는 핀테크 업체의 소액 외환이체 업무 같은 것이 그런 사례다. 덕분에 카카오톡으로도 해외송금이 가능해진다. 정부가 외국환거래법시행령과 외국환거래규정 개정안을 바꾼 덕분이다.
다만 환치기·자금세탁 등 불법거래 이용될 우려 탓에 송금 규모는 건당 3000달러 이하, 1인당 연간 2만달러 이하로 제한했다.

지금까지 원천적으로 불가했던 일들이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면서 가능해진 셈이다. 특히 지금까지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이끌었던 제조업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규제에 대한 정부의 패러다임 전환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해 낼 바탕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게다가 정부의 규제 변화의 속도가 핀테크 업체의 기술 발전 속도를 �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같은 규제 패러다임의 전환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갖춘 정보통신(IT) 기업들에게는 '단비' 같은 소식이다. 적용할 규제가 없는 상황에선 '불가'했던 사업들이 앞으로는 '가능'한 사업으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행정규제 관행에 익숙한 관료주의와 네거티브 규제의 전면적 허용에 따른 부작용 논란 등에 휘말릴 경우 정부의 규제완화 범위와 강도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성장 옥죄는 규제의 뿌리

박근혜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공개석상에서 네거티브 규제 방식 적용을 강조하고 나섰다. 기존의 규제일변도 정책으론 일자리 창출과 미래 먹거리시장 선점이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 8일 서비스산업 관련 기업인과 전문가, 단체장 등 3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마련한 간담회에서도 우리사회 전반에 규제의 뿌리가 심각하게 뻗어있다는 점이 생생하게 드러났다.

권영범 영림원 소프트랩 대표는 이날 해외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이용이 급증하고 있는 반면 국내는 금융·의료·교육 등에서 활용 여지가 큰데도 물리적 망 분리, 별도 서버 설치 등 시장변화를 반영 못한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시장 상황을 전했다.

윤호영 카카오은행 대표는 최근 도입되고 있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단순한 영역의 확장이 아니라 음악, 게임 등 다양한 IT 서비스와 금융간의 경계를 허무는 분야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우리나라도 정보통신기술(ICT)기업들이 인터넷 전문은행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은산분리 규제가 조속히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성국 대우증권 대표이사는 중위험-중금리를 선호하는 국민들에게 인공지능을 통해 온라인으로 투자자문을 제공하는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을 검토중이나 오프라인 위주의 규제 탓에 제공이 힘든 상황이라는 점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관련 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박재억 통합물류협회 회장은 물류산업이 유통·제조·IT산업과 결합해 다양한 융복합 서비스가 창출되는 유망산업이나, 허가제와 증차제한 등 과거 규제가 적용되기에 전면적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6월까지 화물운송분야에 대한 규제완화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네거티브 규제 실질적 현장 적용이 관건

네거티브 규제가 정착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네거티브 규제가 현장에서 효과를 발휘하려면 기존 포지티브 규제에 익숙한 사회 전반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규제개혁위원회 소속 한 교수는 "하나의 규제를 두고 이해당사자들은 대립할 수밖에 없다"며 "네거티브 규제가 정착하려면 포지티브 규제에 익숙해져 있는 공무원부터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부가 네거티브 규제를 선언한 이후에도 이해관계자 간 갈등에 발목을 잡힌 사례는 부지기수다. 대표 사례가 '콜버스'다. 국내업체 콜버스랩이 개발한 콜버스는 이용자가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앱)로 출발, 도착 지점을 입력하면 전세버스가 실시간 경로를 바꿔가며 이들을 태우고 내려주는 서비스다. 현재 심야나 새벽 시간 서울 강남·서초구에서만 시험 서비스 중이다.

불확실성이 높은 신사업에 대한 특별한 규제의 기준이나 근거를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 만약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한다면 운행시간이나 요금 등의 기준만 적용하면 된다. 그러나 승객을 빼앗길 것을 우려한 택시업계는 국토교통부 등 정부에 규제를 요구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 탓에 국토부는 지난 1월부터 콜버스의 적법 여부를 가리기 위한 법률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최근 숫자가 늘고 있는 P2P 대출 중개 서비스 스타트업들도 근거 규정이 없어 속을 태우고 있다. 해외에선 핀테크 신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P2P 대출 서비스가 국내에선 대부업으로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는 7월부터 발효되는 금융위원회의 대부업법 개정안에 따라 관련 스타트업들도 대출을 자기자본의 10배 이내로 제한받게 한 것이 문제다.


P2P 대출 중개 플랫폼 업체 테라핀테크 양태영 대표는 "지난해 12월 P2P협회를 사단법인 등록하려고 금융위에 신청했는데, 관련 부서가 없다는 이유로 반려되기도 했다"며 "핀테크 영역이다 보니 스타트업들이 많이 생겨 규제들이 조금씩 풀리고 있지만, 감독기관들도 시중은행들과 협업할 수 있도록 기준 등을 유연하게 적용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각 정부 부처간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기획재정부 고위 공무원은 "네거티브 규제의 성과를 내기 위해 규제개혁위원회를 통해 관련 부처 공무원, 업계 관계자 간의 소통을 위한 정기적인 회의 체계를 갖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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