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전문가들 "사실상 능력·자질보다 계파에 따라 공천 결정"

      2016.03.20 17:41   수정 : 2016.03.20 19:54기사원문
한달도 남지 않은 4.13 총선이 치러지면 20대 국회가 문을 연다. '뇌사국회' '식물국회'라는 부끄러운 성적표를 안았던 19대와는 달리 새로운 20대 국회는 본연의 임무인 입법활동에 보다 충실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특히 여야 모두 당리당략적 관점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밥그릇 싸움'이 아닌 국민을 위한 의정 활동에 몰두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들은 20대 국회의 대대적 변화를 주문하면서도 정작 변화와 개혁의 실현가능성은 낮게 봤다. 현재 여야 거대 양당 구도와 정당정치 문화 아래에서는 '최악 국회'라는 19대 국회 성적표와 크게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 20대 국회, '최악' 19대보다 나을까

20일 전문가들은 20대 국회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그 이유로 '불투평한 공천' '국회선진화법' '당리당략적 사고' 등을 꼽았다. 특히 최근 여야를 막론하고 공천 관련 잡음이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해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이광재 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20대 국회는 19대보다 더한 암울함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이 사무총장은 예를 들어 어떤 제품의 경우 시장에 나오기까지 생산, 선택, 소비의 과정을 거치는데, 의원의 생산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각 당의 공천 시스템을 문제 삼았다.

그는 "공천은 공공을 위한 정당의 생산과정인데 공천이 공익보다 권위주의로 회귀하고 있다"며 "유권자들은 생산과정이 엉망이다 보니 선택의 당연한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산과 선택에 문제가 있는데 소비, 즉 국회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겠나"며 신랄하게 비평했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도 여야 할 것 없이 잡음이 많은 공천 과정을 거론했다. 현 원장은 "이번 선거는 공천관련 불미스러운 일이 더 많아서 선거 후 이의제기 등 후유증도 더 클 것"이라며 "시작부터 이러니 19대 국회보다 어쩌면 더 혼탁한 상황에서 시작하지 않을까 한다"고 우려했다.

인물의 능력이나 자질보다 사실상 계파에 따라 공천이 결정되는 현 상황에 대한 강한 질타도 나왔다. 계파 유불리로 결정된 후보가 의원으로서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 유용화 정치평론가는 "원칙없는 공천이 계파 갈등으로 비화되면서 제대로된 사람들이 공천을 받을지 의문"이라며 "이렇게 되서야 능력과 자질이 있는 국회의원이 뽑힐 수 있겠나"며 혀를 찼다. 그는 "계파 우선주의에 입각한 공천으로 경쟁력 있는 후보 선출은 뒤로 밀리고, 결국 20대 국회가 19대보다 딱히 나아질 것이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고 비판했다.

■ 20대국회, 이것만은 바꿔야

그럼에도 '국회가 변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이는 19대 국회가 각종 지표에서 부끄러운 성적표를 기록했다는데서 더욱 그러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등록된 19대 국회 발의 법안은 이날 현재 총1만8839건이지만, 가결된 법안 수는 7683건에 그쳐 '역대 최다'인 1만건이 넘는 법안이 버려지게 됐다. 의원이 제안한 법안 가결률은 10중에 1건 수준에 불과하고, 의원 본연의 임무인 본회의 표결에 참여한 의원 비율도 64.8%에 그쳤다.

이광재 사무총장은 "국회가 입법부로서의 활동에 좀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발의 건수를 늘리는데서 그치지 않고 체계적인 입법계획에 따라 입법활동에 나서야 한다는 것. 이 사무총장은 "선진국의 경우 사회 주요 이슈, 국정 비전에 따라 입법계획서를 낸 뒤 입법활동에 들어가지만 우리나라는 의원들이 계획 없이 그저 허둥지둥 시작한다"며 "국회가 아는 일은 우리나라가 나아길 길을 법으로 정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여야 의원들의 '의식 개조'를 지적했다.

여당에게는 정부와 야당 사이의 협상력을, 야당은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생산성 있는 관계를 위한 견제역할에 충실할 것을 주문했다. 이 실장은 "정당이 입법부에 군림해서 되겠나"며 "여야 각자의 역할도 지금과는 달라야 한다. 여당이라고 무비판적으로 (정부) 거수기 역할을 해서는 안되는 것처럼, 야당도 '반대를 위한 반대'는 그쳐야 한다"고 했다.


현택수 원장은 선거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떤 장미빛 선거공약이라도 지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선거공약에 대한 책임감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 원장은 구체적으로는 선거공약을 지키지 못한 의원이나 당에게 보조금 삭감 등 패널티를 부여하는 제도의 신설도 제안했다.

조윤주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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