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사는 '연립·다세대' 월세 부담 높아
2016.03.20 17:46
수정 : 2016.03.21 08:31기사원문
주택 전.월세전환율이 법정상한선인 6%대에 진입한 가운데 서민층이 주로 거주하는 연립.다세대나 소규모 주택의 전.월세전환율이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세전환율은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로, 이 비율이 높으면 상대적으로 전세보다 월세 부담이 높다는 의미이고 낮으면 그 반대다.
■연립.다세대.소형일수록 월세전환 부담↑
2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월 신고 기준 주택 전.월세전환율은 6.9%로 지난해 12월에 이어 6%대를 기록했다. 6%는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상한선이다.
서울의 경우 1월 6.0%로 처음으로 법정상한선 내 진입했으며 경기 역시 6.8%로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아파트가 아닌 연립.다세대주택, 전용면적이 작은 주택의 경우 전.월세전환율이 여전히 높은 실정이다. 전국 기준 연립.다세대의 전.월세전환율은 7.3%로 아파트(5.1%)보다 2.2%포인트 높다.
지방의 경우 연립.다세대가 9.9%, 아파트가 6.0%로 격차가 3.9%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면적을 기준으로 비교해도 전환율 격차는 뚜렷하다. 우선 연립.다세대의 경우 전용 30㎡ 이하가 8.6%로 가장 높았으며 전용 30~60㎡가 7.2%, 전용 60㎡ 초과가 5.8%를 기록했다. 아파트 역시 △전용 60㎡ 이하 5.7% △전용 60~85%가 4.7% △전용 85㎡ 초과가 4.8% 등이었다. 같은 유형의 주택이라도 면적별로 최대 3.1%포인트 격차가 벌어진 셈이다.
감정원 관계자는 "저가주택은 보증금이 낮고 세입자 소득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아 집주인의 위험 프리미엄이 붙어 전.월세전환율이 높게 책정되는 편"이라며 "보증금 규모에 따라 월 임대료가 천차만별이지만 전.월세전환율이 높을수록 대체로 주거비 부담도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전.월세전환율이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역이나 주택유형, 규모에 따른 격차는 여전하다는 게 감정원 설명이다.
특히 주거환경이 열악한 곳일수록 공급 자체가 부족한 데다 집주인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있어 사실상 대항력을 갖기 어려운 세입자가 높은 월세전환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실제 대학가 원룸의 경우 보증금 1000만원이 곧 월 임대료 10만원으로 책정되고 있다. 보증금 1000만원을 낮출 때마다 월 임대료가 10만원씩 올라가는 것.
이 경우 1년간 부담해야 하는 임대료가 120만원으로, 전.월세전환율은 기준의 2배인 12%다.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통계로 확인되는 전.월세전환율은 중대형주택을 포함하고 있어 비교적 낮지만 소형주택의 경우 10%를 넘는 사례가 부지기수"라며 "목돈이 없는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이 더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월세시대 대비한 정책적 보완 절실"
게다가 전.월세전환율은 전세가격 상승분을 월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적용되기 때문에 일정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은 절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수치가 하락해도 시장에서 체감하는 월세 부담은 줄지 않게 된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연립.다세대주택이나 소규모.저가주택일수록 보증금이 낮고 월 임대료가 높아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이 큰 편인데 전.월세전환율까지 높게 적용되고 있어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이어 "공실이나 가격경쟁력 하락 등으로 전.월세전환율이 떨어지지 않는 한 민간임대의 가격 자체를 정부가 직접 규제할 수 없는 게 사실이지만 월세에 대한 별다른 대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적 보완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