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휩쓴 제조업 혁신 물결.. 한국은 '스마트 팩토리'로 승부

      2016.03.22 17:37   수정 : 2016.03.22 22:31기사원문

4차 산업혁명의 변화는 기업 생태계뿐 아니라 국가 경영에서도 위기감을 불러왔다. 한 나라 '경제의 주춧돌'인 기업이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흔들리면 국가라는 '집안' 자체를 온전히 유지할 수 없다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논리다.

주요 선진국들도 이 점을 깨닫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4차 산업혁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을 추진 중이다. 메이킹 인 아메리카, 중국의 제조2015, 독일 인더스트리4.0 등이 그렇다.

늦은 감이 있지만 한국도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뛰어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4년 6월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 오찬 간담회에서 "이제는 융합형 신제조업을 향한 제조업 혁신 3.0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며 우리 제조업의 대도약을 위한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제안하면서부터다.

정부는 곧바로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SW)를 융합해 신산업을 창출하고 기업이 제조업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혁신 패러다임 '제조업3.0' 전략을 세웠다. 제조업의 환골탈태를 내세우는 이른바 '스마트 팩토리'다. 장비와 부품 및 소프트웨어, 공정 간의 모든 정보와 데이터를 자동으로 주고받으면서 작업을 관리하는 기술의 통칭이다.

△IT.SW.사물인터넷(IoT) 융합으로 2020년까지 1만개 공장의 스마트화 추진 △실증 시범특구로 무인자동차 등 혁신제품 사업화 촉진 △엔지니어링.디자인.임베디드 SW 등 제조 3대 소프트파워 강화.동북아 연구개발(R&D) 허브 도약 추진 등이 골자다.

여기엔 최초의 산업혁명을 영국, 정보화혁명을 미국이 선도했다면 스마트 팩토리는 우리 제조업만의 경쟁 우위를 확보해 스마트 산업혁명 자체를 이끌겠다는 정부의 포부가 깔려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소.중견기업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핵심기반이 되는 SW.센서.솔루션 등을 새로운 산업으로 육성해 신흥국에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 법·금융, 규제해소, 정책 '융복합'할 때 성공

문제는 4차 산업혁명을 추구한다고 해도 기술혁신만으로는 달성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1·2·3차 산업혁명처럼 노동시장, 법.금융제도, 정부 규제와 세제, 세계 상황, 국민의식 등 전반적인 환경이 융복합으로 작용했을 때 비로소 빛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현재 한국은 곳곳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당장 수출은 곤두박질을 친 뒤 헤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노동은 밥그릇 싸움으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법.금융 제도도 속 시원한 지원을 내놓지 못한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해마다, 때마다 규제개혁을 외쳐도 아직 보이지 않는 곳곳엔 수많은 걸림돌과 돌부리가 널려 있다. 힘 없는 중소기업들의 목소리가 정부의 귀에까진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스위스 글로벌 금융그룹 UBS가 올해 1월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때 내놓은 '4차 산업혁명이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평가대상 139개국 가운데 4차 산업혁명에 가장 잘 적응할 수 있는 나라 순위 25위를 차지했다.

우리보다 순위가 앞선 스위스, 싱가포르, 미국, 홍콩, 뉴질랜드 등을 보면 노동시장 유연성, 기술수준, 교육시스템, 사회간접자본(SOC), 법적 보호 등 5개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본은 12위, 중국은 28위, 인도는 41위였다.

우리 제조업 혁신 3.0의 문제를 4T, 즉 세제.교역.기술.인력에서 찾는 의견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반도 르네상스 구현을 위한 VIP리포트'에서 세제의 경우 법인실효세율이 낮지만 주요국의 법인세율 인하정책으로 제조 경쟁 이점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역은 우리의 규제 수준이 높아 시장혁신 환경이 낙후돼 있다고 진단했다. 기술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R&D투자 비중이 최고 수준이나 핵심기술은 해외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 인력 역시 숙련자의 활용도가 떨어지며 인재유출이 많은 것으로 연구원은 꼬집었다.

종합하면 4T에서 제조업 혁신을 이끌고 촉진할 수 있는 기초가 없다는 얘기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따라서 제조업 혁신 목적의 R&D, 인력육성, 설비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충하고 법인세수 비중과 주요국의 법인세율 인하 경향에 대응해 법인세 실효세율이 올라가지 않도록 정책 운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시장진입과 무역투자에 대한 장벽을 낮추고 사업활동과 관련된 불필요한 규제도 최소화해야 한다.


차세대 '한국형 제조 비즈니스 모델'과 연계된 과제를 개발하며 기술수요 해소와 기술이전 정도를 높일 수 있는 산학연 공동협력 방안도 요청된다. 아울러 차세대 제조업 모델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기관을 지정하고 융합형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다양한 교육 과정을 개발해야 한다고 현대경제연구원은 조언했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무엇보다 규제 제거 및 규제 강도 약화와 같은 질적 수준을 높여 시장진입을 촉진하고 혁신투자를 유인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특별취재팀 조창원 팀장 정지우 김용훈 김경민 고민서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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