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기득권자에 치여 길잃은 콜버스

      2016.03.31 16:43   수정 : 2016.03.31 16:43기사원문
심야콜버스가 4월 중순부터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일대에서 밤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 운행될 전망이다. 심야콜버스 운행 시간·구간을 놓고 대립했던 택시업계와 운영사 콜버스랩이 이런 방안에 합의했다고 한다. 이에 대한 콜버스랩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박병종 대표는 최근 수차례에 걸쳐 "이래서는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행정당국이 기존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여러 가지 규제를 도입하는 바람에 사업의 강점이 사라졌다는 주장이었다.

심야 콜버스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같은 방향으로 귀가하는 사람을 모아 미니버스에 태워주는 서비스다.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인 콜버스랩이 지난해 12월 시범사업을 시작하면서 심야시간 택시의 승차 거부에 시달리던 승객들의 각광을 받았다. 이에 택시업계가 "택시 승객을 다 뺏는다"며 반발하자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택시회사와 노선버스 사업자에게만 심야 콜버스 운행면허 자격을 주는 내용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개정령'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전세버스(25인승)를 활용해온 콜버스랩은 기존 사업방식을 접고 택시업자와 협상을 해야 했다. 그러나 협상의 주도권은 사업권을 독점하게 된 택시업자들이 쥐게 됐다. 탑승인원이 훨씬 적은 13인승 승합차(쏠라티) 20대를 투입하기로 하면서 콜버스랩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협상 과정에서 국토부에 이어 서울시까지 나서 기존 사업자를 감싸고 들었다. 콜버스랩은 택시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는 밤 10시부터 콜버스를 운영하겠다고 했으나 택시업계는 0시부터 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밤 11시로 절충했다. 또 콜버스랩은 서울 전역과 경기도 일대에서 심야 콜버스를 운행하겠다고 주장했으나 서울시는 기존 사업자가 받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운행구간을 강남3구로 제한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이중.삼중의 규제를 쳐놓은 꼴이 됐다.

혁신적 신사업으로 평가받는 심야콜버스는 당국의 거듭된 규제와 간섭으로 인해 '구(舊)사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콜버스랩은 아이디어 사업을 택시업자들에게 거저 넘긴 셈이 됐다. 택시업자들이야 이 사업이 잘되건 못되건 별 상관이 없다. 그들은 콜버스가 자신의 사업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두려웠을 뿐이다. 덕지덕지 규제를 달고 시작하는 이 사업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처럼 정부 당국은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면 생산자 관점에서 업체 간 이해를 조정하는 역할에만 집착한다.
이러니 파괴적 혁신을 앞세운 신산업.신사업이 제대로 자리잡을 수가 없는 것이다.

심야콜버스 사례는 정부 당국의 규제장벽이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준다.
일선의 행정현장이 이렇게 돌아가니 현 정부의 규제개혁 정책을 아무도 안 믿는 것이다. 규제 프리존이니 네거티브 규제시스템이니 하는 정책들이 다 무슨 소용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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