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證 고가매입 논란.. 마지막 대형매물에 '웃돈' 치솟아

      2016.04.01 18:18   수정 : 2016.04.01 18:20기사원문


'레드오션'으로 인식되던 증권사 몸값이 뛰고 있다. KDB대우증권에 이어 현대증권 역시 장부가치는 물론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가격에 매각절차를 밟고 있어서다. 일부에서는 고가 매입 논란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업계 1위인 대우증권과 대우증권 다음으로 대형 매물인 현대증권이어서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가 대형증권사로 가는 마지막 티켓인 현대증권을 잡기 위해 인수대금으로 1조8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 예상해온 8000억원을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현대증권의 장부가치는 7450억원이다. 더욱이 지난해 일본계 사모펀드인 오릭스가 현대증권과 6500억원 규모로 매각 계약을 체결했던 것을 감안할 때 비싸게 인식될 여지는 충분하다.

시장의 추정치(1조800억원)가 맞을 경우 KB금융은 현대증권을 주가순자산비율(PBR)의 1.41배에 산 셈이다. 현대증권의 몸값은 마지막 남은 대형사인 데다 자기자본 역시 많았던 것이 가치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월 산업은행과 대우증권 인수를 위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미래에셋증권이 총 2조3205억원, 주당 1만6519원(PBR 1.23배)에 인수했다. 대우증권 매각 때보다 현대증권이 오히려 몸값을 더 받게 된 것이다. 두어달 사이에 증권사의 가치가 더 높아진 셈이다.

가치뿐만 아니라 경영권 프리미엄도 되레 상승 중이다. 통상 경영권 프리미엄이 20%대이지만 대우증권과 현대증권에서는 프리미엄을 더 받았다. 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의 패키지 매각 장부가가 당시 1조8400억원이었지만 최종계약은 2조3000억원대라는 점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은 30%에 육박한다. 현대증권 인수과정에서도 통상적인 경영권 프리미엄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증권을 인수하지 않으면 자생적으로 대형 증권사가 될 수 없다는 심리가 작용해 매수자 입장에서는 조금 웃돈을 주고 사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사 몸값이 오르자 불거지는 것은 고가 매입 논란이다. 대형 인수합병 뒤에는 언제나 '승자의 저주'가 우려됐다. 승자의 저주 배경에는 고가 매입이 작용한다. 국내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인수가격이 당초 시장 예상을 뛰어 넘는 1조원에 달해 고가 매입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대형증권사 타이틀을 얻기 위해 다소 위험한 베팅을 하지 않았나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수가격 적정성 논란이 현 시점에서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는 견해도 많다.
무엇보다 초기 인수 지분율이 22.56%에 불과해 향후 잔여지분 인수과정을 통해 평균 매입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KTB투자증권 김은갑 연구원은 "인수가격 평가는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다"며 "대형 증권사 인수 기회가 언제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KB금융 규모에 맞는 증권 자회사를 확보한 결과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최정욱 연구원은 "자사주 7.06% 및 잔여지분 70.38%를 현 주가 내지 주식 교환을 통해 낮은 가격에 인수할 경우 평균 인수가격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