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량 많은 10대, 미래위한 '안전장치'로 어린이 보험이 '딱'
2016.04.10 17:09
수정 : 2016.04.10 22:30기사원문
주말 아침, 아이의 축구교실을 따라 나왔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봄 기운이 따뜻하다. 주황색 옷을 맞춰입고 몸풀기를 시작한 아이들 사이로 아들 건이가 보인다. 친구들과 함께 몸을 부딪치는 아이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 밝다.
어느덧 초등학교 졸업반이라니. 아이는 정말 하루가 다르게 큰다. 이제는 머리가 내 어깨 위로 쑥 올라와 나와 눈높이를 맞췄다.
남자아이는 열살이면 부모 품을 떠난다고, 그 말을 얼마나 자주 들었는지 모른다. 아직은 엄마 손을 찾아 잡는 아들이지만 이제 중학생이 되고 사춘기가 찾아오면 이 품을 떠나가겠지. 눈부신 10대를 보내고 있는 아들을 바라보니 마음이 아련하다. 아들의 미래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이제 얼마나 남은 걸까.
■어린이보험, 실비보장이 우선
건이가 뱃속에 있을 때만 해도 나는 배짱이 두둑한 엄마였다. 다들 태아보험, 제대혈 등 가입을 권할 때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 돈으로 아이를 위한 적금이나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유아 시절에도 건이는 상대적으로 조심성이 많은 아이였기 때문에 필요성을 못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10대는 다르다. 겁 없이 뛰고, 몸싸움도 잦다. 차들이 달리는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모습도 아찔하다. 사고는 한순간이 아니던가. 지난주에 내 발로 보험 가입을 하겠다고 찾아간 것도 그 때문이다.
태아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해서 걱정할 건 없다. 10대 어린이도 가입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건이는 그동안 큰 병을 앓거나 사고 난 적이 없어서 보험 가입에 제한은 없었다.
어린이보험은 성인보험처럼 암보험, 건강보험, 상해보험 등으로 따로 가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장받는 내용이 훨씬 복잡하다. 실손의료보장, 입원, 수술, 암 등 종합적인 보장이 가능한 상품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혼란에 빠진 나에게 보험설계사가 말했다.
"어머니, 자녀를 위한 보험을 드시는 이유를 생각하시면 간단해요. 어머니가 가장 걱정하시는 부분을 위주로 설계하시면 돼요. 보험에 가입하는 목적은 예상치 못한 사고나 질병이 있을 때 아이가 경제적인 문제로 치료를 못 받는 일이 없게 하는 안전장치를 만드는 거니까요."
보험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으로 구분된다. 어린이생명보험은 소아암과 같은 중대질병에 대해 고액의 보상금을 정액으로 지급하는 상품이다. 어린이실비보험이라고 부르는 손해보험은 감기·폐렴과 같은 질병이나 상해사고에 대해 실제 발생한 병원비를 실비 보장하는 상품이다. 이 두 가지 보험은 함께 가입할 수도 있고 각각 따로 가입할 수도 있다.
보험설계사는 "모두 가입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보험료 부담으로 둘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면 우선 실비보험(손해보험) 상품을 먼저 가입할 것을 추천한다"며 "보험 가입 전에 가장 발생가능성이 높은 상황, 가장 보장받고 싶은 비용을 먼저 생각해 정리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우리 아이에 맞춤상품 설계하기
나는 가장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생각했다. 내가 가장 걱정하는 상황이 뭘까.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 축구를 하다 골절이나 찰과상, 바닥에 쓸리며 화상 등의 상처를 입는 것, 자전거를 타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아찔한 상황 등이다. 그러니 우선 골절, 화상, 교통사고와 같은 각종 상해·재해 사고를 당한 경우 입원보장과 수술보장이 큰 상품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설계사는 "어린이보험은 사망보험금의 의미는 없는 대신 기초치료보장금액이 큰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입원보장과 수술보장이 큰 상품이 실제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다음 걱정되는 것은 중증 질병이다. 요즘에는 가족이력이 없이도 소아암이 발생했다는 얘기가 종종 들려온다. 특히 소아암은 치료비가 2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 든다. 완치가 됐다 해도 3년 내 재발이 잦다. 보험금 도움 없이는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가능하면 암 보장 금액은 큰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할 것 같았다.
보장받는 기간도 선택사항이다. 보험료에 큰 차이가 없다면 보장기간은 길수록 좋다. 요즘은 취직 나이나 결혼 연령이 다소 늦어지는 추세를 감안해 30세 전후까지 보장해 주는 어린이보험이 많으며, 최대 80세나 100세까지 실손의료비를 보장해 주는 상품도 있다.
설계사는 "요즘에는 부모들이 아이들의 미래를 평생 보장해주는 의미를 담아 보장기간을 최대한 길게 가져가는 것이 추세"라며 "하지만 보험상품도, 질병도 워낙 트렌드에 따라 빨리 바뀌기 때문에 한 상품을 오래 가져간다고 꼭 좋은 것만은 아니란 점은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약도 많이 넣는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각종 사고나 질병 관련 특약 보험료는 100~1000원대로 저렴하게 보상받을 수 있지만 저렴하다고 여러 가지를 다 넣을 필요는 없다. 실손의료비를 일단 준비하고 그 다음엔 진단비 위주로 그리고 큰 질병과 교통사고와 같은 사고 보장을 위주로 선택한다.
20년납을 선택할 경우 30세까지 보장하는 보험은 4만~5만원, 80세 이상 보장하는 보험은 7만~8만원 선이 적당하다고 한다. 나의 재무상태를 고려해 가격대를 먼저 설정하고 같은 가격대에 보장이 많은 상품을 선택하기로 했다.
설계사는 "각사의 보험상품을 꼼꼼히 비교해보고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다"며 "보장 내역이 많은 것도 중요하지만 나한테 꼭 필요한 사항, 보장금액을 파악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