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왕언니' 조희진 의정부지검장

      2016.04.11 16:02   수정 : 2016.04.11 16:02기사원문

조희진 검사장(53·사법연수원 19기. 사진)에게는 늘 '첫 번째'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법조계에 '여풍(女風)'이 아직 거세지 않을 무렵인 1987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당시만 해도 여성 법조인들이 선호하지 않았던 검사를 지원한 후 거의 숙명처럼 따라다닌 호칭이다.

최초의 여성 부장검사, 최초의 여성 차장검사, 여성 지청장, 여성 검사장 등... '최초'라는 말을 빼면 조 검사장을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조 검사장은 '최초의 여성'이라는 호칭이 이제는 그리 달갑지 않다. 여성이라는 점 보다는 얼마나 검사로서 임무를 잘 수행했는지로 평가받고 싶다는 것이다.

사실 조 검사장이 있는 의정부지검은 만만한 곳이 아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관할 구역은 일선 검찰청 가운데 가장 넓다. 심지어 도경계를 넘어 강원 철원군까지 관할구역에 포함돼 있다.

휴전선을 접하고 있어 늘 긴장 속에 살아야 하고 접경지대와 농촌지역, 신도시, 구도심 등 다양한 특성을 가진 곳에 18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만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다양한 사건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곳이다.

지난해 12월말 의정부지검에 부임한 조 검사장은 잇달아 굵직한 사건을 처리하면서 주목을 끌었다.

걸그룹 출신 여성이 형사고소를 당한 스폰서를 돕기 위해 전 남자친구를 성폭행 혐의로 무고했다가 발각된 사건인 '걸그룹 스폰서 사건'을 비롯해 지병으로 쓰러진 아내를 41시간 동안 방치해 패혈증으로 숨지게 한 '가정 내 방임 유기치사' 사건을 밝혀냈다.

이 밖에 대학전공 서적을 표지만 바꿔 자신이 쓴 것처럼 출간한 '표지갈이 사건' 허위 전세계약서로 근로자 주택전세자금을 편취한 보조금 비리사건을 처리했고 세무공무원들과 경찰관들의 뇌물수수 사건을 수사중이다.

이렇듯 검찰 본연의 업무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조 검사장이지만 '여성 검사'로 살아간다는 게 쉬웠던 것은 아니다. 초임 검사시절에는 조언을 구하고 모델로 삼을 수 있는 선배들이 검찰 내에는 아예 없다는 게 힘들었고 나중에는 '내가 잘 해야 후배 여성검사들의 입지가 넓어진다'는 부담 때문에 힘들었다.

"처음이라는 것이 늘 부담이 됐다"는 것이 조 검사장의 솔직한 고백이다.

이런 어려움을 조 검사장은 겸손한 자세로 극복해 왔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상대방의 지위가 낮더라도 질문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고 주변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아끼지 않았다.

지금도 조 검사장은 부하검사들을 부를 때 '차장검사님' 등 존칭을 곧잘 쓴다. 일반직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통상 위계질서가 엄격한 검찰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덕분에 조 검사장은 여성 검사들 사이에서는 '왕언니'로, 남성 검사들 사이에서는 '큰 누나'로 통한다. 많은 후배검사들이 의외의 부드러움과 깊은 배려를 기억하고 있기도 하다.


의정부지검에 부임한 뒤 장애를 가진 검사가 불편 없이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화장실 등 청사 시설을 개·보수한 조 검사장은 앞으로 다문화 가정 등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검찰권 행사에 더욱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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