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초연 오페라·발레로 국내 데뷔하는 '라이징스타 3'

      2016.04.20 18:28   수정 : 2016.04.20 18:28기사원문
작품 편식이 심한 국내 오페라.발레 무대에 신작 소식은 가뭄에 단비 같다.

오는 28일과 29일 하루 사이로 국립오페라단과 국립발레단이 각각 내놓는 드보르자크의 '루살카'와 조지 발란신의 '세레나데'가 반가운 이유다. 하지만 작품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마냥 설렐 수 없다.

특히 직접 공연을 선보이는 가수나 무용수라면 작품과 관객을 처음 연결하는 역할로서 책임감이 한층 올라간다. 게다가 이 무대가 국내 관객들에게 처음 자신의 얼굴을 알리는 자리라면….

공교롭게도 두 작품에 출연하는 주인공들이 딱 그런 상황이다.

해외에서 활약하다가 '루살카'로 국내 데뷔하는 소프라노 서선영(32)과 테너 권재희(35), 국립발레단 입단 4개월 만에 '세레나데'의 주역을 꾀찬 발레리노 박종석(25).

설렘과 부담감을 동시에 안고 있는 이들을 열기 가득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 연습동에서 시간 차를 두고 만났다.


■'루살카'의 젊은 피, 서선영.권재희

"제 유럽 데뷔작이었던 '루살카'로 한국에 데뷔한다니 벅차네요. 한국에서 이 작품을 하면 좋겠다 꿈꿨는데 현실이 됐어요. 무엇보다 뻔한 작품이 아닌 보석같은 새로운 작품으로 첫 인사를 하게 돼서 기뻐요."(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어요. 한국 초연작인데다가 저 스스로도 생소한 체코어 작품이라 부담스럽더라고요. 내심 좀더 저한테 익숙한 작품으로 한국 무대에 서고 싶단 생각이 있었거든요."(권)

19일 만난 소프라노 서선영과 테너 권재희는 첫 데뷔 무대를 앞두고 기대감과 긴장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가수다.
2011년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차이콥스키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서선영은 곧바로 스위스 바젤국립극장 전속 가수로 발탁되며 화제가 됐다. 그해 '루살카'의 타이틀롤도 경험했다. 밀라노 극장을 중심으로 활약하는 권재희는 오는 10월 '라보엠'이 초연된 토리노 레지오 극장에서 '라보엠'의 루돌포 역으로 데뷔한다.

'루살카'는 체코 출신 작곡가 드보르작의 말년 작품이다. 독일 작가 푸케의 소설 '운디네'를 바탕으로 물의 정령 루살카의 사랑, 왕자의 배신, 복수를 그려 '체코판 인어공주'로 불린다. 루살카와 왕자 역을 맡은 두 커플 중 서선영과 권재희는 '젊은 피'다. 실제 주인공과 연령대가 비슷할 수록 몰입도가 높은 게 인지상정. 이들 스스로도 "'케미'(남녀의 어울림을 뜻하는 신조어)가 최고"라며 입을 모았다.

두 사람에게 이번 '루살카'의 매력을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우리나라 정서와 가장 온도가 잘 맞는 작품이에요. 왕자가 저에게 사랑을 얘기할 때 선율이 너무 아름다워서 다리가 풀릴 정도예요."(서) "전통적인 이탈리아 스타일과 미니멀리즘의 북유럽 스타일을 잘 버무렸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대와 연출이 세련되면서도 볼거리가 많습니다."(권)


■박종석 "지영 누나를 위한 '세레나데'"

"하…. 부담을 안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웃음)신인을 주역으로 올려주신 분들을 생각해서라도 잘 해야죠. 무대에 오를 때 만큼은 누구보다 자신있다! 마인드 콘트롤을 하죠."

20일 만난 박종석 사실 신인이라고 하기엔 경력이 화려하다. 선화예중 3학년 때 미국 워싱턴 키로프발레아카데미에 들어간 그는 18세에 오디션을 통해 워싱턴 발레단에 입단해 2년, 이어 펜실베니아 발레단에서 3년을 활동하고 2014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하며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번에 주역을 맡은 '세레나데'도 이미 펜실베니아 발레단에서 공연한 경험이 있다. 당시 캐스팅 5순위였던 그는 2주동안 매일 연습이 끝난 뒤 캐스팅 권한을 가진 트레이너에게 자신의 춤을 보여줬다. "아무 말도 안해도 좋다. 캐스팅을 해달라는 것도 아니다. 연습 한번만 봐달라고 부탁했어요. 나중에 캐스팅 표에 제 이름이 있더라고요." 이토록 열정을 쏟은 건 무대 욕심 때문이었다. 그는 "타지에서의 외로움을 무대에서 달랬다"며 "무대에 오르면 심장이 뛰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세레나데'를 비롯해 "음악성이 뛰어나고 스토리가 없는" 조지 발란신의 작품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뚜렷한 줄거리가 없으니까 제 나름의 스토리를 만들 수 있어서 좋아요. 또 음악이 춤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서 춤 출 때 푹 빠져서 즐길 수 있어요."

지난해 유니버설발레단에서 국립발레단으로 거처를 옮긴 이유도 "좋아하는 스타일의 작품들을 더 많이 접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작년에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굉장히 재밌게 봤어요. 국립발레단만이 가진 재미있는 작품들에 눈길이 가더라고요."

그는 이번 공연에서 1997년 최연소 입단한 수석무용수 김지영과 파트너를 이룬다.
그는 김지영을 한마디로 "하늘"이라고 했다. "누나와 함께 춤을 출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해요. 모든 발레리노들의 꿈일걸요?"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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