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VOD·영화관, 이용료 냈는데 광고도 봐야 하나요?

      2016.04.24 17:52   수정 : 2016.04.24 17:52기사원문
#1. 일주일을 마감하는 금요일. 퇴근 후 별다른 일정이 없던 한가해씨(가명)는 집에 들어가 치맥(치킨과 맥주)을 즐기며 인터넷TV(IPTV)로 영화를 한 편 보기로 했다. 치킨이 배달된 후 기대에 부풀어 IPTV를 틀고 극장 동시개봉 영화 한 편을 선택해 거금 1만원을 지불했다. 그런데 영화 시작 전 어김없이 나오는 광고 때문에 짜증을 삼켜야 했다. 적지않은 금액을 지불한 유료콘텐츠에 광고까지 봐야 한다니. 건너뛸 수도 없게 돼있다. 뭔가 억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2. 극장 개봉을 기다렸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어렵게 예매한 한가해씨. 치열한 예매경쟁을 뚫고 예약을 마쳐 뿌듯한 마음으로 극장에 들어갔다. 늘 그랬듯 영화 시작 전 약 10분 동안 광고가 흘러나왔다. 늘 보던 영화 전 광고지만 불현듯 한가해씨는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는 데 필요한 비용을 지불했다고 생각하는데, 광고를 또 봐야 하는 것이 타당한지 따져봐야겠다는 생각이다.


IPTV 이용자들은 다시보기(VOD) 서비스를 이용할 때 광고를 봐야 한다. 무료 VOD는 물론이고 유료 VOD도 마찬가지다. 극장에서도 그렇다. 영화관람료를 내지만 영화관에서는 영화 상영 전 10분가량 광고를 내보낸다. 좀 인기가 있다 싶은 영화는 광고시간이 더 길기도 하다.

콘텐츠 이용료를 부담하고 IPTV나 스마트폰으로 내려받아 보는 유료콘텐츠와 극장영화에 광고까지 보라고 강제하는 행태에 대해 이용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무료로 콘텐츠를 보는 것이라면 광고를 수용하겠지만 이미 콘텐츠 비용을 지불했는데 광고까지 봐야 하는 것은 부당하지 않냐는 것이다.

IPTV 사업자와 영화관 관계자들은 광고를 봐야 하는 이유로 공히 '수익'을 내세운다. 광고를 넣지 않으면 콘텐츠 이용료가 더 비싸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콘텐츠 이용료를 높이기는 어려우니 대신 광고를 상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료방송, 광고 건너뛰지도 못해

IPTV의 경우 TV 유.무료 VOD나 영화를 시작하기 전 1~3개의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보통 TV 유료 VOD의 경우 1500원, 유료 영화의 경우 4000~1만원의 콘텐츠 이용료를 별도로 내는데 광고를 의무적으로 보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디지털 케이블TV도 마찬가지다.

한 유료방송 이용자는 "무료 VOD의 광고를 시청하는 것에는 이의가 없지만, 콘텐츠 값을 지불한 유료콘텐츠에 광고를 보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더구나 유튜브 같은 서비스는 광고를 5초 정도 본 뒤 건너뛸 수 있게 만들었는데, 국내 IPTV는 광고를 건너뛸 수도 없도록 만들어 관심도 없는 광고를 억지로 보게 하는 것이 부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1월 통신 3사가 운영하는 IPTV 서비스의 VOD 광고를 '무단'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참여연대는 "IPTV 3사가 서비스 이용자에게 콘텐츠 상영 전 강제로 광고를 시청하게 만들어 이용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며 "'공정거래법'상에는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상대방과 거래하는 것은 불공정거래행위로 간주하고 금지하도록 돼있다"고 주장했다.

IPTV 사업자들이 광고수익을 위해 콘텐츠 재생 전 반드시 광고를 시청하도록 해 불편과 불이익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콘텐츠 이용료 충분치 않아"…광고가 수익 보전

반면 유료방송업계나 영화관들은 소비자가 내는 비용이 콘텐츠를 이용하는 데 충분하지 않은 비용이라고 주장한다. 사실상 광고 없이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보기 위해서는 콘텐츠 비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IPTV 업계 한 관계자는 "VOD 광고를 통한 수익은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재투자되며, 콘텐츠 제작사 및 광고영업사 등에 분배돼 광고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며 "현재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VOD 광고 횟수 및 시간에 대해 규제하는 사례는 없으나, KT는 광고로 인한 사용자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광고 횟수와 시간을 최소화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화관의 경우 매출이 주로 영화관람료, 매점, 광고를 통해 발생한다. 국내 영화관 시장점유율이 약 50%로 1위인 CJ CGV도 영화관람료만으로 전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극장 업계 한 관계자는 "영화관람료 1만원으로 임대료나 인건비 등을 감당할 수 없는 구조라서 광고를 불가피하게 내보내는 구조"라며 "대신 광고시간은 10분을 넘기지 않고 있으며 상품 광고보다는 에티켓 광고 등으로도 대체하려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본격적으로 유료콘텐츠에 광고를 강제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는 VOD에 광고를 뺄 경우 실제 이용료가 더 올라가는지, 유료 VOD에도 광고를 삽입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를 관련 업계와 검토 중인 것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아직은 논의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해외 사례와 다양한 기업들의 손익구조를 검토 중이어서 결과물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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