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별은 얼마나 안전했나요?

      2016.04.26 09:00   수정 : 2016.04.26 09:00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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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도 배워야 하는 세상'이 도래했다. 연인의 이별통보에 물리적, 정서적 폭력을 가하는 데이트 폭력은 어제 오늘 문제가 아니다. 그(녀)들의 폭력을 피하기 위한 '안전한 이별법'이 점점 요구되는 시대가 됐다.


이별하자는 말에 착했던 남자친구가 멱살 잡기도 하고, 폭언은 기본에 "죽겠다"고 한강으로 달려드는 연인도 있다. 몰래 찍은 성관계 장면을 유포하는가 하면 전 여자친구의 사무실로 조화 화환을 보내기도 한다. "당신의 모든 커리어가 죽기를 바란다"면서..

단순히 여린 마음에 상처가 났기 때문일까. 아니면 부작용을 넘어 도착증세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어느 쪽이든 이별 범죄가 잔혹해지다보니 여성 유저가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안전이별'이라는 용어가 떠오르고 있다.


여성들만의 문제라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남자들도 이별을 들은 여자친구에게 맞고 욕먹는다. 칼을 들고 자해를 시도하는 여성들도 없지 않다. 데이트 폭력이 시간이 흐르며 증가한다면 남성 피해자들도 적잖이 생겨날 것이다.


안전이별은 일종의 '선의의 거짓말'이다. "집안이 망했다" "다음 달에 이민간다" "유학을 좀 길게 갈 것 같아" "가족이 위독해" 같은 말로 이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포기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씁쓸하지만 사랑이 범죄가 되는 현실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생겨난 흐름으로 비난할 수만은 없다.


지난해 6월 기준 최근 5년간 연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사람은 3만 6천여 명에 이른다. 이 중 290명은 살인에 의해 사망했다. 연인 간의 일은 함구하는 경향이 있으니 실제 피해 사례는 더 많으리라 추정된다.


사랑은 시작하기보다 끝낼 때 더 어렵고 고통스럽다. 이별은 배신감과 슬픔, 그로 인한 분노가 우발적으로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동을 이겨내지 못한 채 행동으로 옮긴다면 단순한 찰과상이 그 이상의 고통으로 남게될 것이다.

'안전이별'은 없어졌으면 하는 무언가다.
'쿠크다스 멘탈'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유약한 현 세대들의 아련한 그림자이기도 하다. 달달하게 사귀기에도 부족한 세상, 우리는 이별까지 배워야만 할까?

내레이션=이승현(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5학번)



ocmcho@fnnews.com 조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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