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만에 잠실서 홈런왕 나올까
2016.04.25 18:06
수정 : 2016.04.25 21:36기사원문
현역 메이저리거 가운데 통산 500호 홈런을 달성한 선수는 세 명뿐이다. 25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689개로 최다다. 2위는 알버트 푸홀스(LA 에인절스)로 통산 562개. 마지막으로 506개의 홈런을 날린 데이비드 오티스(보스턴 레드삭스)다.
오티스는 보스턴의 악명 높은 '그린 몬스터(좌측의 높은 담장으로 인해 왼쪽 홈런이 잘 나오지 않음)'가 버티고 있는 펜웨이파크 구장에서 202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왼쪽이 높은 특이한 구장이지만 오티스는 좌타자다. 그린 몬스터를 살짝 피해간다.
통산 506개 홈런을 때린 오티스도 쩔쩔매는 구장이 있다. LA 다저스의 다저스타디움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펫코파크 구장이다. 이 두 구장에서 오티스는 단 한 개의 홈런도 때려내지 못했다.
다저스타디움과 펫코파크는 메이저리그에서 소문난 투수 친화형 구장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야구장이 크다. 좌우 펜스가 멀고 중앙은 깊숙하다. 당연히 넘기기 힘들다. 물론 오티스의 경우 이곳에서 경기수가 적은 이유도 있지만.
한국에도 그런 곳이 있다. 잠실야구장이다. 국내 다른 구장보다 넓고 깊다. 1998년 타이론 우즈(당시 OB·현 두산·42개) 이후 17년간 잠실구장 홈런왕이 나오지 않은 이유다. 잠실구장 홈런왕은 우즈와 김상호(1995년·OB·25개) 두 명뿐이다. LG는 아직 홈런왕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다르다. 22일 현재 홈런더비 선두는 루이스 히메네스(사진). LG의 외국인 선수로 9개의 홈런을 터트렸다. LG의 첫 KBO 리그 홈런왕을 꿈꾸고 있다.
2위는 역시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두산의 민병헌(5개). 공동 2위 대니 돈(넥센)도 넓은 고척돔으로 새로 이사 간 '서울 가족'이다.
특히 히메네스의 독주가 눈부시다. 히메네스는 24일 넥센과의 고척돔 경기서 9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넥센 선발 라이언 피어밴드를 두들겨 좌중간 깊숙한 솔로 홈런을 날렸다. 타율 3할4푼3리, 타점 18개로 MVP급 페이스다.
히메네스는 지난해 시즌 중반 한나한의 대체 선수로 한국 땅을 밟았다. 그러나 한때 2군으로 내려가는 등 부침을 겪었다. 1군 복귀 후 히메네스는 180도 달라졌다. 마지막 39경기서 홈런 7개를 터트리며 거포 본능을 과시했다.
펜스 거리가 짧은 구장은 당연히 타자에게 유리하다. 타석에 들어서면 펜스가 지척에 있는 느낌이다. 거꾸로 잠실이나 사직 구장은 아득하다. 이승엽(삼성)과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전 넥센)가 작은 구장 덕을 많이 보았다. 지난해까지 대구구장과 목동구장은 대표적인 타자 친화형 구장이었다. 이승엽은 다섯 차례, 박병호는 네 차례 홈런왕에 올랐다.
2016 프로야구는 이변으로 출발했다. 삼성, NC, 한화의 부진과 SK, 넥센의 선전이 돋보인다. 최종 성적표는 어떨까. 어느 팀이 5강에 살아남을까. 18년 만에 잠실구장 홈런왕이 탄생할까. 궁금하다.
texan509@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