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의궤’ 등 5건 보물 지정
2016.05.03 09:23
수정 : 2016.05.03 09:23기사원문
문화재청은 조선왕조의궤 등 5건을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했다.
보물 제1901호 조선왕조의궤는 조선왕조에서 길례·흉례·군례·빈례·가례를 비롯한 여러 대사를 치를 때 후세의 참고를 위해 그와 관련된 내용을 글과 그림으로 자세하게 정리한 책이다. 의궤는 태조 때 최초로 편찬하기 시작하여 일제강점기까지 계속되었으나, 조선 전기 의궤는 임진왜란 때 대부분 소실되었고 현재 남아 있는 것은 모두 임진왜란 이후에 제작한 것이다.
조선왕조의궤는 제작 방식에 따라 손으로 쓴 필사본과 활자로 찍어낸 활자본으로 구분할 수 있고, 열람자에 따라 임금이 보는 어람용과 춘추관․지방 사고 등에 보관하기 위한 분상용(分上用)으로 나뉘어진다. 이번에 지정된 조선왕조의궤 1757건 2751책은 일제강점기 이전에 제작된 의궤로서 어람용 의궤, 분상처가 확인되는 분상용 의궤, 분상처가 확인되지 않는 의궤 중 필사본 등이 해당된다.
조선왕조의궤는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조선만의 독특한 전통으로서, 예법과 기록문화를 중시하는 조선 시대의 통치이념과 시대정신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매우 높으며, 200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보물 제1897호 서경우 초상 및 함은 조선 중기 문신 서경우(1573∼1645)의 초상으로, 지금까지 큰 손상 없이 원래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작품이다. 머리에는 관복과 함께 착용하는 오사모를 쓰고 옷깃이 둥근 흑색의 단령을 입은 좌안 7분면의 전신교의좌상이다.
의복의 가슴에는 한 쌍의 학을 묘사한 쌍학흉배가 수놓아져 있으며, 사모는 끝이 평평하고 양쪽으로 펼쳐진 양각은 넓고 짧으면서 둥근 17세기 초의 양식을 반영하였다. 아울러 양미간에 몇 개의 주름선으로 표현된 진지한 풍모와 양쪽으로 뻗치는 의자 손잡이 등도 17세기 초의 시대성을 보여주는 요소들로 17세기 초상화의 우수한 수준을 잘 담았다.
보물 제1898호 서문중 초상 및 함은 조선 후기 문신 서문중(1634∼1709)의 초상으로, 조선 시대 시복본 전신좌상 가운데 높은 예술성을 잘 보여주는 뛰어난 작품이다. 오사모에 담홍색 시복을 착용하고 허리띠인 삽은대를 두른 전신교의좌상으로, 의자인 교의(交椅)에는 표범가죽이 덮여 있고 발밑의 족좌대에는 무늬가 없는 민돗자리가 깔려 있다.
좌안 7분면의 얼굴은 코와 움푹 패인 눈가, 입 주위 등의 주름을 뚜렷이 표시한 후 음영을 넣어 사실적인 묘사력을 보인다. 알맞은 신체 비례와 사실적인 옷 주름선, 상과 교의, 족좌대의 합리적 연관성 등은 18세기 초 이후의 양식을 뚜렷하게 반영하였고, 초상화를 보관한 조선 후기의 함도 남아 있다.
서경우 초상과 서문중 초상은 조선 중기 17세기 초와 조선 후기로 넘어가는 18세기 초에 유행한 화풍상의 특징을 공신상과 평상복인 시복상 양면에서 각기 잘 반영된 수작이다. 그리고 조선 후기에 제작된 초상함은 초상화와 함께 역사성을 일정 부분 공유하고 있어 함께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보물 제1899호 은제도금화형탁잔은 은에 금을 입힌 탁잔으로, 잔과 잔을 받치는 잔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잔과 잔탁의 형태는 모두 6개의 꽃잎형으로 이루어져 고려 은제탁잔 가운데 가장 뛰어난 조형적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격조 높은 탁잔은 고려 문벌귀족 문화가 화려하게 꽃피웠던 12~13세기의 금속공예를 비롯하여 청자에 이르기까지 널리 제작·사용되었으며, 1123년 송나라 사신 서긍이 고려를 방문하고 기록한 선화봉사고려도경을 통해서도 그 실상을 확인할 수 있다.
보물 제1900호 주역참동계는 후한조 위백양(100~170)의 저술로 도가의 심신수련 방식과 장생불로를 위해 복용하는 단약의 제조법에 관한 4~5자의 운문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에 지정된 주역참동계는 명조 초기에 장본진이 송말원초에 유염(1258~1327)이 저술한 주역참동계발휘(3편)와 주역참동계석의(3편)를 합본해 간행한 것을 원본으로 1441년(세종 23)에 초주갑인자로 인출된 것이다.
초주갑인자로 간행된 주역참동계는 이것이 유일본으로 조선 초기의 도가사상과 장례풍속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는 점에서 학술적‧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높은 귀중본이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