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비울라' 선박 인도 늦추며 수주잔량 남기는 중소형사들

      2016.05.03 17:52   수정 : 2016.05.03 22:31기사원문
중형 조선소들이 선박 인도시기를 늦추며 생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물량이 바닥나면 조선소 문을 닫을 수밖에 없어 선주들과 협의해 납기를 미루고 있지만 그마저도 6개월 정도밖에 효과가 없어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중형 조선소들은 슬로다운(Slow Down)으로 수주난에 대응하고 있다. 슬로다운은 조선소가 선주들과 협의해 납기 일자를 뒤로 미루는 전략으로 수주절벽에 직면한 조선소들의 고육지책이다. 조선소 독(dock)이 비는 것을 최대한 미루려는 최후 수단이다.


STX조선해양이 대표적이다. STX조선해양은 연간 40척 생산이 가능하지만 현재 31척 수준으로 생산량을 낮춰 잡았다. 신규 수주를 하지 못할 경우 수주잔량이 60척뿐이어서 기존 생산 일정에 맞추면 내년 하반기에는 물량이 전부 소진된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물량이 끊어지면 운영방법이 없기 때문에 선주들과 협의해서 2017년 말까지는 건조 가능하게 일정을 다시 잡았고 이미 선표에 반영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잔업과 야간작업, 주말특근을 없애고 정규 근무시간만 일하도록 해 인위적 구조조정 없이 고통을 분담하는 일종의 잡셰어링과 같다"고 덧붙였다.

해외 선주들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해운업 불황으로 운임이 급락한 상황에서 배를 빨리 인도받아 운항해봤자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다른 중형 조선소들도 STX조선해양과 같이 슬로다운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선뜻 공개적으로 밝히지 못하고 있다. 한 중형 조선소 관계자는 "STX조선의 경우는 강력한 회생의지를 보이기 위해 공개적으로 밝힌 것 같다"면서 "아무래도 타 조선소들은 일부러 납기를 늦춘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는 게 부담스러워 공개는 못하고 있지만 거의 모든 조선소들이 슬로다운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슬로다운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추가 신규 발주가 받쳐주지 않으면 단순히 독이 비는 시점을 뒤로 미루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결국 신규 수주를 받아야만 슬로다운 전략이 빛을 볼 수 있게 된다.


한 조선업 전문가는 "배는 대체 불가능한 운송수단으로 반드시 호황이 다시 오기 때문에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위기에 처한 양대 국적선사가 아닌 중소 해운사라도 중형 조선소에 배를 발주할 수 있게 도와야 조선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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