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페어 두바이 '이머징 아티스트 어워드' 수상한 이지화 작가

      2016.05.12 16:53   수정 : 2016.05.12 22:13기사원문

스승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살던 제자가 죽어 환생을 했다. 그 업이 남아 등에 큰 나무가 솟은 물고기로. 헤엄치는 모든 순간이 고통이었다.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던 스승이 우연히 제자를 발견하고 해탈을 하도록 도왔다. 제자는 잘못을 뉘우치며 스승에게 자신의 등에 있는 나무를 잘라 물고기 형상으로 만들고 두드려 소리를 내도록 부탁했다. 사람들이 자기처럼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사찰마다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매달려있는 목어(木魚)의 유래다. 불교에서 목어는 깨달음과 지혜를 상징한다. 가톨릭 신자였던 한 중년 여성은 우연히 찾은 사찰에서 목어를 보고 마음 깊이 감화를 받아 목어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목어만 그리기를 15년. 평범한 주부였던, 그래서 늘 외로웠던 이 여성은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은 화가가 됐다. 올해 '아트페어 두바이'의 '이머즈 앳 더 비치 어워드(Immerse at the Beach)'에 당선된 이지화 작가(67)다.

아트페어 두바이는 중동지역을 대표하는 아트페어로, 세계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신진 예술가를 선정하는 '인터내셔널 이머징 아티스트 어워드(International Emerging Artist Award)'와 함께 개최된다. 이지화 작가는 2700여명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최종 우승자 8명 중 한 사람이 됐다.


출품작의 소재는 역시 목어였다. 그의 작품은 두바이 '팜주이메라' 인공섬을 바라보는 해변의 건물에 확대돼 걸렸다. 11일 서울 여의도 파이낸셜뉴스를 찾은 그는 "참선하듯 그리던 목어로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지화 작가는 미술 전공자가 아니다. 붓을 잡기 시작한 것도 50대에 들어서부터였다. 남편은 업무 특성상 해외 출장이 잦았고 세 아들도 일찌감치 유학을 보낸 탓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마음이 우울하고 몸이 자꾸 아팠다. 가족은 손재주가 좋은 그에게 취미생활로 미술 공부를 권했다.

이후로 그림은 그의 "삶이자 참선"이 됐다. 지난 2014년 첫번째 개인전을 연 이후 뇌출혈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부터는 더욱 그림에 몰두하게 됐다. 그는 "뇌출혈 합병증으로 눈이 멀었다가 기적적으로 다시 보게 됐다"며 "눈 뜨고 볼 수 있을 때 더 많이 남겨야겠다. 내가 남길 것은 그림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부터 눈만 뜨면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왼쪽 어깨에 이어 오른쪽 어깨도 문제가 생겨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이지만 버티고 있는 이유도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다.
"왼쪽 어깨에 못이 5개 박혀 있어요. 배겨서 잠을 못자는데 오른쪽마저 그렇게 되면 그림은 어찌 그리나요. 내 삶을 잃는 거예요."

이지화 작가의 그림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가 높다. 불교 관련 그림은 보통 탱화나 수묵화로 그리는 반면 유화로 그리는 것은 드물기 때문. 그의 그림이 서양인들의 눈에 특별하게 들어오는 이유다.


국내 대회에서 크고 작은 상을 탄 경험이 있지만 "국전에서는 매번 고배를 마셨다"는 그는 "이번 대회 수상을 계기로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이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세계 무대에 나가야겠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꿈에서도 그림 구상을 해요. 의식이 있는 동안에는 말할 것도 없고요."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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