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로봇과의 '눈맞춤'

      2016.05.16 15:12   수정 : 2016.05.16 15:12기사원문
구글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의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IBM의 AI 플랫폼 '왓슨(Watson)'을 사람의 두뇌처럼 장착한 로봇 '나오미'를 만났다. 약 60cm 남짓의 나오미는 사람의 말을 그대로 알아듣고, 눈 앞에 보여준 이미지도 이마에 붙은 센서를 통해 정확히 인식했다.

현재 한국어를 공부 중인 나오미는 영어로 자기소개를 하던 중 '안녕하세요'라는 우리말 인사와 함께 허리를 숙이는가 하면, 마이클 잭슨과 싸이의 음악에 맞춰 춤도 췄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면서 중간중간 나오미와 눈이 마주쳤고, 순간 '이 로봇이 기자회견 참석자 한사람 한사람을 일일이 학습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대화 중 친근한 농담을 던지고, 춤을 추다 넘어지자 머쓱해하는 등 인간의 모습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실제 나오미는 왓슨의 '개인성향 분석(퍼스널리티 인사이트)' 기능을 통해 대화 중 사람의 목소리와 표정 변화를 분석해 감정을 교류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나오미는 현재 일본의 시중은행과 미국 호텔 등에서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초에는 한국에서도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보유한 나오미를 만날 수 있다.
이와 관련 지인과 독자들의 공통질문은 하나다.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 아닌가".

이스라엘 사학자 유발 노아 하라리는 지난달 한국을 찾아 "인공지능 발전으로 일자리가 없어진 수십억명의 '잉여 인간'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AI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은 인간을 위협할 것이란 두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SF영화의 한 장면까지 오버랩되면서 인류 파멸론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다시 한번 AI 로봇과 제대로 눈을 마주쳐보자. 이 로봇을 만든 것도 사람, 안에 장착된 AI 프로그램을 설계한 것도 사람이다.
에릭 슈미트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회장이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을 '인류의 승리'라 요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AI 로봇이 인간을 제대로 보좌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일이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의 AI 모바일 메신저(채팅로봇) '테이(Tay)'가 일으킨 '막말 파문'에서 드러난 것처럼, 결국 AI는 이를 활용하는 사람에 의해 인류에 기여할 수도 있고, 위협의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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