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는 재앙".. 보호무역 앞세워 표심 공략

      2016.05.16 17:22   수정 : 2016.05.16 17:22기사원문

"경제 문외한."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의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인물평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호에서 노예 해방, 시민권리법 의회 통과, 냉전 종식의 주역인 미국 공화당 160년 역사상 최악의 대선후보라면서 "그의 경제공약은 망상일 뿐만 아니라 실현된다면 공화당과 미국에 재앙"이라고 혹평했다. 대부분 주요 언론의 논조는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트럼프 경제공약의 해악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트럼프는 보호무역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일자리 창출, 석탄산업 부흥, 감세, 미국 채무조정 등 표심에 호소하는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뼛속까지 보호무역주의자"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뿌리가 깊다고 분석했다.
표를 의식한 기회주의적 발상에서 나온 게 아니라 이를 확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자신의 표현으로는 힘든 노동을 하는 건설 노동자들과 함께 일하며 깨우친 것이다. 그는 1960년대 부동산 사업을 하는 부친의 뉴욕 건설현장에서 여름방학 때마다 건설 노동자들과 함께 일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위대한 미국 부활'을 주장하는 그는 그 토대를 보호무역주의에서 찾는다.

공화당 대선 경선 표심에 비춰보면 최소 미국 유권자 1000만명이 그의 보호무역주의에 찬성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그는 1990년대 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반대하는 등 수십년간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해왔다. 트럼프는 NAFTA가 "인류 역사상 최악의 무역협정"이라고 비난했다.

논리는 단순하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외국의 불공정한 교역과 미국의 무능한 협상이 빚은 결과라는 것이다. 경제구조 변화, 저임금.저부가가치 산업 아웃소싱 등이 원인이라는 지적은 외면한다.

따라서 트럼프에게 더 이상의 교역협정은 미국에 재앙일 뿐이다. 당연히 교역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영향권에 있다.

■"애플 생산기지 미국으로 옮길 것"

보호무역주의와 함께 그의 경제공약에서 일관된 주제는 바로 일자리 창출이다. 좌충우돌이 따로 없다. 일자리 창출 공약의 표적은 애플, 구글 등 해외 아웃소싱이 많은 미국 대기업들이다.

트럼프는 애플을 정조준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일자리를 국내로 옮기도록 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한다. 그는 지난 2월 사우스캐롤라이나 후보 토론에서 "중국, 멕시코, 일본,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일자리가 되돌아오도록 하겠다"면서 "그들은 우리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 우리의 부를 가져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안 가운데 하나는 보복관세다.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지 않으면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생산해 들여오는 물품에 보복관세를 물리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보호무역 장벽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의 일자리 창출 공약은 또 엉뚱하게도 '세계기후변화협약'으로 불똥이 튀게 생겼다.

그는 4월과 이달 코네티컷, 인디애나, 뉴욕, 오하이오, 웨스트버지니아 유세에서 석탄산업 부흥을 약속했다. 쇠락하는 석탄산업을 다시 살려 웨스트버지니아, 펜실베이니아 등 애팔래치아산맥 광산 일자리를 지켜내겠다는 것이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석탄산업 부흥은 이산화탄소(CO2) 배출 규제로 가동이 중단된 대부분의 미국 화력발전소를 다시 돌아가게 만드는 것에서 시작한다. 트럼프는 그 일환으로 집권하면 환경보호청(EPA) 규제를 대대적으로 손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환경규제가 미국의 일자리를 죽이고 있다"고 강조한다.

어렵사리 지난해 말 파리에서 극적으로 타결된 기후변화협약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지역 표심은 그에게로 돌아서고 있다. 폐광과 대체산업 육성을 들고 나온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는 광산지역 표를 잃고 있다. 트럼프 광산공약의 맹점이 이 지역 유권자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트럼프는 석탄산업 침체가 값싼 셰일석유에 밀린 데다 애팔래치아산맥의 석탄 부존량 역시 고갈된 탓이라는 점을 외면하고 있다. 웨스트버지니아대 경제연구소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감세와 미 국가부채 조정

트럼프 경제공약의 또 다른 축은 감세와 채무조정이다.

감세는 현재 7구간인 소득세 소득구간을 4개로 줄이고, 법인세율도 35%에서 15%로 낮추는 방안이 핵심이다.

벌써부터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개인소득세 감세는 실질적으로 부자를 위한 감세라는 비판이다. 미국 조세재단에 따르면 소득 하위 3·4분위 계층은 트럼프의 감세를 적용하면 세후소득이 3% 늘어난다.

세후소득은 소득이 높을수록 커진다. 상위 8·9분위(소득 상위 80~90%)는 8.9%, 최고 소득구간인 소득 10분위 계층은 14.6% 급증한다.

트럼프는 또 재산세도 없앨 방침이다. 트럼프 캠프에서는 감세로 경제활동이 촉진되면서 세수 총액이 증가해 재정에는 '중립적' 세제정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조세재단은 경제성장 등에 따른 세수증가분은 2조달러에 못 미칠 것이라면서 향후 10년간 재정적자가 10조달러 넘게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트럼프가 들고 나온 건 채무조정과 발권을 통한 채무변제다.

트럼프는 '채권왕(King of Debt)'을 자임하면서 재정적자는 채무조정이나 달러를 찍어내 해결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채무조정은 미국 국채 소유자들에게 원리금의 80%가량만 받으라고 강요하는 것으로, 재정이 파탄나 디폴트(채무불이행)하는 국가들이 흔히 사용하는 방안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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