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기본 탑재 앱, 국내서도 '불법 철퇴' 맞나
2016.05.17 17:56
수정 : 2016.05.17 22:10기사원문
유럽에서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구글의 애플리케이션(앱) 기본 탑재가 국내에서도 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은 반독점법을 적용했지만, 국내에서는 이용자 선택권 제한 문제를 적용한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의 반독점 혐의에 대해 '혐의 없다'며 면죄부를 준 상황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이용자 보호 규정을 적용해 구글의 앱 기본 탑재를 규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7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스마트폰에 특정 앱을 기본 탑재하고 이를 사용자가 임의로 삭제하지 못하도록 스마트폰을 설계하는 것을 금지한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을 7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6일 개정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는데, 수정의견이 없어 원안대로 시행한다는 게 방통위 설명이다.
시행령 개정안은 그동안 규정이 모호했던 금지행위 규정을 구체적으로 개정한 것으로, 구글뿐 아니라 이동통신 회사나 삼성전자, LG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가 스마트폰 생산단계에서 앱을 기본 탑재하고 사용자가 임의로 삭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이용자 선택권 제한 행위로 명시했다. 이 조항을 어기면 매출액의 1%에 해당하는 과징금 제재를 받게 된다.
■이용자 선택권 제한으로 도마위
EU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구글의 앱을 스마트폰 생산단계에서 기본 탑재하도록 종용했다는 혐의를 두고 이것이 반독점법 위반이라고 잠정결론을 내렸다. EU 집행위원회는 구글에 30억유로(약 4조원)에 달하는 벌금을 다음달 초 부과할 계획이라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 등이 15일(현지시간)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상황은 다르다. 지난 2011년 네이버, 다음(현 카카오) 등 모바일 검색사업자들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구글검색을 기본검색 앱으로 탑재한 것은 구글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것"이라며 공정위에 신고했는데 공정위가 2년간의 조사 끝에 2013년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해외 사업자에 대해 관대한 결정을 내려 국내 사업자를 역차별한다고 반발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방통위가 시행령을 개정해 사업자 간 경쟁 문제가 아니라 이용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라는 취지로 재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이다.
인터넷진흥원(KISA)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평균 앱 설치 개수는 48개였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 중 구글이 기본 탑재한 뒤 삭제할 수 없도록 한 앱이 11~15개, 애플은 26개, 삼성전자 등 제조사가 15~18개, 이동통신 회사의 앱이 3~4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결국 일반인들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 대부분이 기본 탑재 앱이라는 말이다. 물론 시행령 개정안은 구글만 제재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사용자 선택권 제한 행위를 제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구글은 국내법으로 강제할 수 없는 대표적 기업이어서 앱 기본 탑재도 규제가 어려웠다. 이 때문에 이동통신 회사나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앱 기본 탑재도 강력하게 규제할 수 없었던 게 현실이어서 구글도 제재에 포함되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법률 근거 마련…실행이 관건
방통위 관계자는 "앱 기본 탑재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결정하는 문제지만, 제조사가 기본 탑재 결정을 내리는 배경까지 조사할 수 있도록 시행령 개정안에 대상 사업자를 포함시켰다"며 "이용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행위를 예방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업계에서는 방통위의 이번 시행령 개정이 그동안 국내외 모바일 사업자 간 불균형 규제를 해소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법률 조항보다는 실행의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터넷 산업에서 해외 사업자를 제재하지 못하는 것은 법률 조항 문제라기보다는 이를 적극적으로 적용하려는 정부의 실행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인터넷 산업에 국내외 사업자 간 균형적 정책 적용의 중요성을 잘 아는 방통위가 공정위와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 지켜볼 문제"라고 입장을 밝혔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