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 "발품 많이 팔수록 정확한 기업 분석 가능"
2016.05.19 17:37
수정 : 2016.05.20 10:34기사원문
"애널리스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은 '발품'을 팔 수 있는 체력입니다. 비판적 시각과 분석력은 나중 문제죠."
19일 서울 여의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에서 만난 이상화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사진)은 기자를 다소 당황스럽게 만든 첫마디를 던졌다. 빳빳한 와이셔츠 차림에 여의도 빌딩숲 속 컴퓨터책상 앞에 앉아 차트를 분석하며 시장을 진단.분석하는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 이미지의 애널리스트에게 발품이 중요한 덕목이라는 건 증권부에 배치받은 지 얼마 안 되는 기자에게는 다소 의아한 말이었다.
이 센터장은 "어느 업종이든 직접 탐방을 가고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은 후 시장을 예측하고자 하는 분석을 해야 한다"며 "이는 애널리스트의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조선·해운업을 분석할 당시 기업 10곳을 담당했는데 한 달에 한 번만 탐방을 가도 근무일인 20일 중 10일을 탐방에 썼다"면서 "시의성이 중요하다보니 바로 분석해 글을 써야 했는데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하나 더 요구되는 자질은 비판적 시각"이라면서 "남의 이야기만 듣고 받아적기보다는 여러 정보를 토대로 비판적 사고를 통해 종합적 판단을 내릴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품을 팔아 큰 성과를 거둔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로 이 센터장은 '셰일혁명 리포트'를 꼽았다.
그와 현대증권 김열매 연구원이 함께 2012년 초부터 발간하기 시작한 이 리포트는 "에너지 최대 수입국인 미국이 셰일가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하는 데 성공해 국제유가가 급락할 것"이라는 당시 국내에서는 상당히 생소한 주장이었다. 그의 리포트는 증권가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센터장은 "2012년 당시 조선업을 담당하던 저는 해외 PT를 위해 동료 애널리스트와 함께 영국을 방문했는데, 우연찮게 에너지 관련 콘퍼런스에 참석하게 됐다"면서 "당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가 넘는 상황이었는데 미국업체들이 셰일오일 채굴단가를 배럴당 50달러 전후까지 하락하시킨 기술력을 발견한걸 포착해 에너지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리포트를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 센터장은 직접 미국 셰일가스 업체들이 즐비했던 휴스턴을 찾아가 기업들을 탐방하고, 에너지 관련 엔지니어와 박사들을 만나 구체적인 시장 상황을 듣게 됐다. 그는 "책상 앞에서 수치만 분석해서는 절대 알 수 없던 것을 현장에서 보고 듣게 됐다"며 "이에 대한 분석 리포트를 국내에선 최초로 2012년 하반기부터 발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의 리포트에 반박하는 등 곱지 않은 시선도 받았지만, 결국 그의 주장대로 2014년 하반기부터 국제유가는 급락하기 시작했고 이후 여의도 증권가에서 현대증권의 에너지 분야 리포트는 최고로 평가받았다. 이처럼 발로 뛰면서 배움을 넓혀가는 그의 성향은 젊은 시절부터 지속돼 왔고, 지금의 그를 만드는 데 값진 거름이 됐다. 이 센터장은 "대학 때 취업을 준비하며 영어공부를 하던 중 타임지를 읽다가 우연히 옵션 선물 등 파생상품 시장에 대해 알게 됐는데, 이는 당시 국내시장에는 없던 상품이었다"며 "바로 독학을 시작해 미국 선물거래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그해 증권사에 취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해외경험을 통해 견문을 더 넓히고 싶단 생각에 유학을 준비하기시작했다. 미국으로 MBA를 가기 위해 준비하던 중 외환위기가 발생했고 환율이 급등하며 유학을 포기하려던 찰나 영어 공부를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시카고 라디오 방송국에 취직하는 것이었다.
이 센터장은 "어떻게든 목적을 달성하려면 직접 현지에 찾아가 경험*할 기회를 잡는 것이었다"며 "이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지금의 현대증권에서 시장을 분석하는 일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시장을 제대로 예측하기 위해서는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실물시장을 지속적으로 접하고 정보를 수집한 후 다각도로 비판적 접근을 해보고,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