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독립 노선' 차이잉원 총통시대 막올랐지만.. '하나의 중국' 빠진 취임사
2016.05.20 18:21
수정 : 2016.05.20 18:21기사원문
【 베이징=김홍재 특파원】 차이잉원 대만 총통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중국이 요구하고 지향하는 '하나의 중국'에 대한 언급이 취임사에 없어 양안(중국·대만) 관계가 불확실성 시대에 들어 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차이 총통이 정치적으로 대만 독립노선을 추구하고 있지만 대만 경제가 침체에 빠져있는 상황이라는 데 있다. 대(對) 중국 수출 비중이 약 25%를 차지하고 있어 중국이 경제적 압박을 가할 경우 어려움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또한 내부적으로도 청년실업 문제를 비롯 저임금과 주택가격 급등 문제 등이 산재해 있어 양안 관계와 내부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차이 총통시대 개막으로 양안 관계가 불확실성 시대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중국 언론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차이 총통은 예상대로 20일 취임사에서 대화와 소통은 유지하겠다면서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는 '92공식'에 대해선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차이 총통이 대만독립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을수도 있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감안해 언급 자체를 회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대만 해협이 '불확정성(불확실성)'을 특징으로 하는 새로온 시기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가 차이 총통의 '현상유지' 정책을 용인할 경우 대만 독립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이고 반대로 이를 압박할 경우 대만 해협의 긴장이 고조되기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양안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차이 총통 입장에서도 독립노선을 견지하면서 중국과 대립각을 세울수만도 없는 입장이다.
당장 대만의 침체된 경제가 문제다. 지난해 대만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75%로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1.57%)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올해 1·4분기 성장률도 -0.84%로 아시아 4마리 용(한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대만 주요 기관들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1.27~1.74% 수준이며 이렇게 가다간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55%라는게 블룸버그의 전망이다.
특히 대만의 GDP 중 수출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지난해 대만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25.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문에 중국이 경제적 압박을 가할 경우 '직격탄'을 맞을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중국 상무부는 차이 총통 취임 전날인 19일 올해 1·4분기 양안간 무역총액이 지난해 동기대비 11.5% 급감했다고 발표하면서 새정부 출범을 앞둔 대만에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다. 상무부는 이기간 무역총액이 줄었지만 중국이 비준한 대만 기업의 대중국 투자 프로젝트는 지난해 동기대비 41.4% 증가했다며 대만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뒷받침하고 있음을 넌지시 암시했다. 아울러 10%대의 청년실업, 사실상 동결 상태에 있는 임금 상승률, 급등하는 주택가격 문제 등도 풀어야 할 과제다. 이를 의식한 듯 차이 총통은 이날 취임사에 양안관계보다 민생, 경제, 사회정의 등 내부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제시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젊은이들의 미래는 정부가 책임지겠다"며 "신 정부에 약간의 시간을 달라, 그리고 개혁의 여정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경제구조 전환, 사회안전망 강화와 함께 사회 정의실현을 위해 과거 국민당 계엄시기 민주화 탄압과 관련 '진상과 화해위원회'를 설치해 과거의 역사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과거의 잘못을 기록하겠다고 밝혔다.
hjkim@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