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보수·감사품질 올리고 부실감사 책임 엄중히 물어야"

      2016.05.24 18:24   수정 : 2016.05.24 22:21기사원문
"감사보수, 감사품질, 부실감사에 대한 책임을 모두 같이 높여야 한다. 그래야 모든 것이 정상화될 수 있다." 가톨릭대 경영학부 김범준 교수(43)와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최연식 교수(41)의 공통된 진단이다. "이를 위해서는 '관치'에 대한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금융당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에서 수년 간 근무한 바 있는 공인회계사 출신의 두 젊은 교수와 함께 회계감사제도 전반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살펴봤다.



-최근 회계감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불거진 근본적인 이유는.

▲김범준 교수(이하 김)=회계감사제도는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기본적으로 경영자와 주주 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서로 믿음이 부족한 부분을 제3자를 통해 해결한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조금 다르다. 오너라고 불리는 대주주가 경영을 한다. 그래서 경영자와 대주주는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문제는 소액주주와 대주주, 은행과 기업(대주주) 사이에서 불거지는 것이다. 회계감사가 잘 작동하려면 외부감사인이 회계정보를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하는 데 기본적으로 이들이 외부감사인을 선임하는 해당기업의 이사회나 감사위원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힘든 구조다.

▲최연식 교수(이하 최)=감사인도 사람인지라 '누가 나(감사인)한테 돈을 주느냐'가 중요하다. 대주주의 뜻대로 감사인이 결정되면 대주주의 이해에 반하는 의견이 나오기 힘든 게 현실이다. 향후 소송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되면 몰라도 당장 감사의견이 '의견거절' '부적정'으로 나오면 잔금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재계약 문제도 걸려 있다.

▲김=예전과 달리 지금 회계사는 전형적인 '을'이다. 회사가 입맛에 따라 골라 쓸 수 있다. 기업이 의도적으로 숨긴 것이라면 머리 좋고 똑똑한 회계사들도 찾기 힘들다. 요즘은 똑똑한 친구들은 회계법인보다 대우가 좋은 '갑(기업)'에서 일을 하고 싶어한다. 서울대 학생들이 회계사 시험 안 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돈 안 되고 힘든 외과, 산부인과를 기피하는 의료현장과 비슷하다.

-감사보수를 두 배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미국의 경우 감사보수와 관련해서는 장기고객에게 10% 할인해주는 것이 전부다. 기준보수에서 그만큼 깎아주는 거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회계감사업무와 관련해서 시간당 단가기준으로 보면 보통 할인율이 40∼50% 수준이다. 심지어 60% 할인해주는 사례도 있다. 단순히 단가의 문제가 아니라 들어가는 시간의 문제도 있다. 시간으로 계약하는 게 아니라 통째로 계약을 맺는다. 어떨 때는 인건비조차 안 나오는 경우도 있다. 발주하는 입장에서는 회계감사가 대형 회계법인이든 누구든 크게 상관이 없다. 단순히 규제비용으로만 생각을 하는거다.

▲최=기업들이 최종산출물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그렇다. 정확한 가치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격을 제대로 매길 리가 없는 거다.

-감사도 서비스산업인데 품질은 별반 차이가 없다.

▲최=일반적인 재화라면, 예를 들어 삼성전자나 애플처럼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이 신제품을 출시했다면 회사(삼성전자)가 바게닝 파워(bargaining power)를 갖고 물건값을 더 올릴 수 있겠지만 '감사'는 차별화가 안 돼 있다. 누구나 감사의견이 똑같다. 제품의 품질 차이가 크지 않은 데 경쟁은 치열하다. 결국 시장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

▲김=누구를 위해 회계정보를 만들 것인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정보를 가장 많이 쓰는 사람들이 감사인을 선정하는 과정에 일정부분 개입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사태만 봐도 알 수 있다.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 입장에서는 감사인에게 감사보수를 더 주고서라도 제대로 감사하라고 했을 거다. 회계사에게 힘을 더 실어주고, 그만큼 책임을 무겁게 물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사품질의 차별화는 어떻게 가능하나.

▲최=좋은 감사인을 쓰고 싶어도 누가 잘 하는 지 모른다. 감사품질 차별화를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나서줘야 한다. 아이디어 차원이지만, 회계법인을 5개 내지 10개 등급으로 나눠서 등급별로 '기준감사보수'를 정해주면 좋겠다. 그러면 전반적인 감사보수가 상향 조정되고, 감사인들 사이에서 품질 향상을 위한 자발적인 노력도 나올 것으로 판단된다.

▲김='경쟁을 통해 효율을 추구하는 데 왜 역행하느냐'는 반발이 나타날 수 있다. 그 답은 회계정보가 공공재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공공재라 고품질이 나오지 않으니 규제기관이 개입한다는 측면에서 봐야한다. '관치'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겠지만 불가피하다. 시장에서 회계법인을 평가할 수 있으면 가장 좋다. 그러나 시장에서 불가능하다면 금융당국에서 회계서비스 품질평가를 해서 피드백을 해줄 필요가 있다.

▲최=회계학 책에 '회계는 공공재다'는 설명이 있다. 공공재는 누구의 소유도 아니어스 무임승차 문제가 발생하는 데 회계정보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보이용자들이 제대로 대가를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갑-을 관계가 유지되는 한 감사제도는 계속 겉돌 수밖에 없다.

-회계감사의 정상화를 위한 다른 제언이 있다면.

▲김=감사인 지정제를 확대하는 수밖에 없다. 부채비율이나 대주주 지분율 등으로 기계적으로 정하는 게 아니라 다각적으로 연구검토해서 규제기관이 개입해야 한다. 물론 그 기준은 사회적인 공감대가 먼저 형성돼야 한다.

▲최=결산기가 너무 몰려 있는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는 금융기관을 제외하고는 94∼95%가 12월결산일거다.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등에 따른 사회문화적 특징이기도 하지만 합리성이 중요한 기업의 경영활동도 너무 일사분란한 것을 원하는거 같다. 개인적으로 강제적인 배분도 의미가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자율성 훼손 우려가 있어서 함부로 하기도 쉽지 않다.
'강제로 결산기를 바꾼다'는 게 관치 문제가 클까, 아니면 개혁이라는 측면에서 봐야 할까. 이 역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김=기업 쪽에 쏠려버린 힘의 균형을 찾아줘야 한다.
그중의 한가지 방법이 기업으로 하여금 공시를 더욱 많이, 상세하게 하도록 하는거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김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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