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환 대한변리사 회장 "미국도 특허 에이전트 따로 둬.. 한국만 변호사 무임승차"

      2016.05.25 19:47   수정 : 2016.05.25 19:47기사원문

전임 회장 해임 등으로 내홍을 겪던 대한변리사회가 지난 3일 오규환 신임 회장(56)을 새로 선출,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다. 오 신임 회장은 변리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97.1%의 찬성으로 당선됐다. 오 회장은 이제 변리사 역량 강화 등 기본과제 뿐 만 아니라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외유내강'이라는 단어가 들어맞을 정도로 온화한 표정에 강한 어조를 유지했던 오 회장을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리사회에서 만났다.

대담 = 신홍범 산업부장

-내홍을 겪으며 수장으로 취임했다.
소감은 어떤가.

▲영국 속담에 '잔잔한 바다에서는 좋은 뱃사공이 될 수 없다'고 했다. 풍랑이 있어야 좋은 뱃사공이 된다는 뜻이다. 내홍이 왜 일어났는지를 살펴보면 변리사들이 회무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다. 과거에는 임원진이 회무를 알아서 하며 소속 변리사들은 회가 어떻게 운영이 되는지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지금은 젊은 변리사를 중심으로 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때문에 협조 얻기도 쉬워졌다.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기 위해서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명분이 있어야 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일례로 '변호사의 변리사 자동자격 제도 폐지'를 주요 골자로 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이 계류중일 때 변호사 출신의 일부 국회의원을 제외하면 여야 막론하고 변리사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일부의 변호사 출신 의원이 반발해, 폐지가 아니라 후퇴된 실무수습 조건부 자격부여가 됐다. 강하게 반대하는 변호사 출신 의원을 제압할 만한 힘이 없다. 변리사 의견에 강하게 동조하는 의원이 필요하다. 변리사회 자체가 약한 단체는 아니지만 변협이 워낙 막강하다보니 거기에 비해선 힘이 모자라다. 지금의 경우 변리사들이 관심을 갖게 되면서 단결된 힘을 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여건이 나아졌다. 변리사의 단결된 힘을 분출시키는 것이 내가 맡은 임무라고 생각한다.

-논란의 핵심 포인트는.

▲일단은 '변호사의 변리사 자동자격 제도'가 일본을 제외하고는 다른 나라에 없는 제도다. 식민지 때 일본법을 따라하다가 1961년도에 변리사법 제정되면서 이어받은 법으로, 식민잔재로 보고 있다. 제도 자체가 대부분의 국가가 채용하고 있는 것에 비해 낙후됐다. 1961년 상황을 생각해보면 그때는 기술 수준이 낮아서 관청에 특허출원 할 때 형식 맞추는 정도로 대리를 할 수 있었고, 그래서 변호사에게 자격을 부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현재는 주된 업무가 특허업무인데 기술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변호사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중국에서는 변리사 제도 생긴지 얼마 안됐다. 어느 나라의 것이 이상적이고 좋은지 찾아서 설계했는데 변호사에 대한 변리사 자격 부여가 없고, 시험을 봐야 한다.

미국의 경우, 우리와 다른 시스템이긴 한데 특허 에이전트를 두고 있다. 하는 일은 한국변리사 업무 중 일부를 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자동 자격부여는 없다. 과거 '변호사 수가 모자랄 때 변리사를 도입한 것'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미국을 보면 아니다. 변호사 수가 100만명인데 변호사가 모자라서 특허 에이전트를 두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특허 에이전트 일도 변호사가 못하게 돼 있는데 우리는 할 수 있다. 이처럼 후진적인 제도는 어디에도 없다.

-정부가 변리사법 하위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는데

▲이번 개정안을 보면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 형식적으로는 변호사를 대상으로 실무교육을 시키려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성 강화라는 개정 취지와 역행하고 있는 실무수습안으로 보고 있다. 개정안은 로스쿨, 사법연수원 등에서 산업재산권법 과목을 수강했으면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면제의 기준이 과거에 공부했느냐가 되면 안되고, 현재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지가 기준이 돼야 한다. 변호사 시험에서 지식재산권을 선택과목으로 합격한 변호사들은 면제가 가능하지만 대부분은 이를 잘 선택하지 않아 잘 모른다. 과거에 수강을 했든 아니든 상관 없이 지금 교육을 받아야 하고,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

-실무수습 주관기관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변리사업무를 하기 위해선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 산업재산권에 대한 지식, 변리사 실무 연습 등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실무수습안은 변리사 시험을 통과한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 즉, 산업재산권법과 자연과학에 대해 안다는 객관적 검증을 받았다. 변리사 시험 출신은 지식에 대해선 알고 있다. 부족한 것이 실무연습이었고, 그래서 이 실무수습이 있다.

지금은 변리사법이 개정되면서 새로운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대상이 됐다. 변호사다. 대부분이 변리사 업무를 하기 위해 필요한 세가지를 모두 못갖췄다. 일부는 알겠지만 자연과학에 대해 대다수의 변호사가 모른다. 그러나 모르는 사람도 다 실무수습 자격이 된다. 반면 이공계를 전공하고 로스쿨을 간 변호사들의 경우나 지식재산권을 선택과목으로 합격한 변호사들도 과학기술이나 산업재산권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지식의 정도에 도달하지 않은 대배부분의 변호사는 보충교육이 필요하다. 산업재산권이나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일반적인 변호사의 경우, 보완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저희 입장이다. 면제의 기준은 현재 알고 있는지가 돼야 한다.

또 실무수습을 어디서 할건지의 문제가 있다. 현재까지는 2개월의 집합교육에 이어 10개월의 변리사 사무소 교육이 있다.

실무 교육은 변리사 업무를 잘 아는 기관에서 실시해야 한다고 본다. 일반 법률사무소는 변리업무 하는데도 있고 없는데도 있다. 특허청 안을 보면 실무수습처로 산업재산권 업무를 수행하는 법률사무소나 국가공공기관 등 단체라고만 돼 있다. 수습교육기관으로 인정할 것인지 아닌지는 변리사 업무인지가 아닌지가 기준이 돼야 한다. 변호사들이 '알아서 변협에서 교육 시키겠다'고 하는데 변호사 중에는 의사 자격도 있다. 그럼 의협에서 실무수습 해야한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변리사 수습은 변리사회에서 주관이 돼 하는 것이 맞다. 그렇지 않으면 전문성이 떨어진다.

-산적한 현안중 가장 먼저 풀고 싶은 것은.

▲가장 풀어야 할 것은 변호사에 대한 변리사 자격 폐지나 제한, 또 특허 침해소송 대리권 문제가 있다. 이밖에 기술과 법률에 대한 융합된 지식을 살릴수 있는 분야가 많은데 활발하게 활동하지 못하는 분야가 있다. 좀더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특허권의 가치 평가 등 변리사 활동이 활발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컨설팅, 분쟁조정 등에서 전문성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까지 기대에 못미치고 있는 것은 변리사들이 국가지식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데도 불구하고 홍보가 제대로 안돼 있기 때문이다. 지재권 발전의 있어 변리사 업무를 제대로 알리는 홍보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변호사들과의 상생이 어렵게 여겨진다.

▲일방이 다른 소명을 추구하는 것은 상생이 아니다. 산업재산권법과 자연과학기술에 대해 모르면서 함부로 변리사 자격 취득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상생하려면 서로의 전문성을 인정해야 한다. 변호사는 일반법률사무에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전문성이 없는 분야에 들어오려 하는 것은 상생이 아니다.

변리사 자격을 없애고 변호사 자격을 주는 것은 맞지 않다. 변리사가 스페셜리스트라면 변호사는 제너럴리스트다. 주술사라는 것이 예전엔 의사, 정치인, 종교인 역할을 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다 분화됐다. 시대가 바뀔수록 전문화가 됐다. 예전엔 전문의도 없었다. 사회가 복잡해질 수록 전문화가 돼 간다.
변리사는 산업재산권에 특화된 전문가이고, 변호사는 제너럴리스트인데 대체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전문화라는 시대조류에 맞지 않다.
세분화하고 전문화하는 게 맞다고 본다.

정리= 이정은 기자 nvcess@fnnews.com

오규환 회장은.. △전주고 △서울대 공업화학과 학사, 석사 △일본 도쿄대 법학석사 △미국 코넬대 로스쿨 졸업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변호사 △제 30회 변리사 시험 합격 △대한변리사회 상임이사(2012~2014) △한국국제지식재산보호협회(AIPPI 코리아) 부회장 △대한변리사회 부회장.대변인(2014~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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