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현악사중주 4일간 전곡 연주는 한계에 맞서는 도전"
2016.05.30 17:21
수정 : 2016.05.30 17:39기사원문
베토벤이 남긴 16개의 현악사중주와 대푸가는 실내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정평이 나 있다. 교향곡, 피아노 소나타와 함께 그의 창작 활동의 3대 중추를 이뤘던 장르인 동시에 그의 생애와 업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다. 그래서 많은 실내악 단체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연구하듯 전곡 사이클 연주에 나서는 대표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데 국내에서 단 4일간 6번의 무대로 전곡 사이클을 완주하는, 클래식 사상 유례없는 시도가 펼쳐진다. 도전자는 세계적인 실내악 단체 에네스 콰르텟.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완벽한 바이올리니스트'로 평가받는 제임스 에네스(사진)를 리더로 2010년 결성됐다. 디토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이기도 한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도 여기 속해 있다. 이번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 연주도 리처드 용재 오닐의 제안으로 성사돼 올해 디토 페스티벌 기간 중인 6월 25~26일, 7월 1일, 3일에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다.
30일 이메일로 먼저 만난 에네스는 "이렇게 짧은 기간 내에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을 한 공연장에서 연주하는 것은 처음이다. 마치 꿈이 이뤄진 느낌"이라고 했다.
"현악사중주의 한계에 맞서는 도전"이지만 걱정은 없다. 음악 인생에서 베토벤은 "정말 엄청나게 연주해왔기 때문"이다. "모든 독주곡과 실내악 작품을 다 해봤어요. 다만 사람이란 늘 배우고 더 새로운 발견을 해야 하는 존재라는 걸 늘 상기시키죠."
최근 캐나다 전역을 돌며 거의 매일 밤 리사이틀 무대에 서고 있다는 점도 믿을 구석이다. "신체적으로도 엄청나게 운동을 하고 있는 셈이어서 좋아요. 한국에서의 베토벤 프로젝트는 엄청난 '스태미너'를 요구할 테니까요."
캐나다 출신의 에네스는 사실 실내악 이전에 뛰어난 솔리스트로서 세계적으로 이름난 연주자다. 2008년 최우수 독주자로 그래미상을 수상한 것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실내악 연주 활동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에네스 콰르텟의 리더이자 시애틀 체임버 뮤직소사이어티(SCMS)의 예술감독이기도 한 그는 "두 그룹 모두 음악적, 사회적으로 내 인생의 거대한 부분이다. SCMS와는 20년 넘게 일해왔고 그래서 시애틀은 내게 두번째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이라고 했다. 또 에네스 콰르텟에 대해서는 "내 가장 가까운 친구 세 명과 멋진 음악을 만들 수 있다. 애지중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곡 연주에서는 16개의 현악사중주와 대푸가, 소나타를 현악사중주로 편곡한 작품 14-1까지 총 18곡을 3곡씩 나눠 연주한다. 매회 초기, 중기, 후기 작품을 하나씩 넣어 풍부한 음악적 경험이 가능한 공연으로 만들 계획이다. "물론 작곡된 시기가 그 곡 자체를 설명하진 않아요. 우리는 연주를 할 것이고 음악이 스스로 말하게 둘 겁니다."
이다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