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방송 진행자 "선정적 방송은 내가 봐도 너무해"

      2016.06.06 17:05   수정 : 2016.06.06 17:05기사원문


나는 BJ(Broadcasting Jockey)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직업이 BJ라고 하면 뭐하는 사람이냐고 묻는 경우가 많았지요. 그럴 때면 "인터넷에서 개인방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해주기 일쑤였는데 이제는 그런 일이 거의 없어졌네요.

초등학생인 조카는 제가 마냥 부러운가 봅니다. 우리 삼촌이 BJ라며 친구들에게 자랑하기도 하고, 종종 사인을 받아가기도 합니다. 요즘 초등학생들의 희망직종이 BJ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세상이 많이 바뀌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제가 초등학생일 땐 상상도 못했던 일이거든요. 조카에게 친구들이 왜 BJ가 되고 싶어하냐고 물어보면 "놀면서 재밌게 돈도 벌고, 인기도 많이 얻으니까"라고 순진하게 이야기합니다.


물론 BJ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누구나 아프리카TV나 유튜브 등에서 별다른 회원가입 없이 생중계할 수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BJ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BJ들이 넘쳐나 시청자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면 안 되는 게 사실입니다.

■독창적 아이템 '고민 또 고민'

제 머릿속엔 온통 아이템 고민뿐입니다. 남들은 쉽게 돈을 버는 줄 알지만 차별화된 아이템이 없으면 금방 시청자들이 떠나가버리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아침에 눈 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아이템 고민을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지요.

하루 기분을 좌우하는 것은 바로 시청자들이 보내주는 별풍선입니다. 별풍선 개수가 평소보다 적을 때면 그날은 하루 종일 우울합니다. 반대로 많은 별풍선을 받을 때면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짜릿한 기분을 느낍니다. '별풍선=돈'이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별풍선의 노예가 돼 일탈을 일삼는 주변 BJ들이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선정적 콘텐츠 난무…규제 필요성 제기

그렇지만 최근에는 도가 지나치다 싶은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예전에는 일부 여자 BJ들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춤을 춰서 지탄을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그 정도는 '애교' 수준입니다. 여자들 몸을 몰래 찍어서 인터넷 방송에 내보낸다든가, 실제로 성관계 하는 장면을 방송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하니까요. 정말 이런 건 같은 BJ로서 너무 부끄러운 일입니다.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신선하게 방송하는 BJ들까지 싸잡아 매도 당하니까요.

그러다보니 이제는 1인 인터넷 방송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설득력을 얻더군요. 저도 어느 정도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프리카TV만 해도 하루에만 5000개가 넘는 방송이 진행되는데 어떻게 일일이 다 검토하겠다는지 모르겠습니다. 1인 방송 BJ에 대한 사전교육 의무화 방안도 추진한다고 하는데 그런 교육이 또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별풍선'의 노예?

사람들이 제게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수입'입니다. 앞서 언급한 별풍선은 일종의 '사이버머니'입니다. 취미 생활로 BJ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처럼 직업으로 BJ를 하는 사람에게는 별풍선이 소중할 수밖에 없지요. 시청자들이 별풍선을 선물하면 BJ와 아프리카TV 같은 플랫폼사업자가 나눠 갖습니다.

인기 BJ는 3대 7, 일반 BJ는 4대 6으로 분배합니다. 별풍선 가격은 한 개에 100원으로 부가세를 포함하면 110원이지요. 뛰어난 미모와 인기로 'BJ계 4대 여신'으로 불리는 김이브, 박현서, 윰댕, 엣지 등은 수만 명의 팬을 거느리며 억대 연봉을 벌어들이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이에 따라 BJ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생기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카메라 전시회에서 BJ를 초청하기도 하고, 각종 전시회나 행사도 많아지면서 여기저기 갈 곳이 많아집니다.
일반 기업 제품이나 서비스와 BJ가 결합하면 기존의 단순한 TV광고보다 훨씬 전달력 강한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거든요.

■또 다른 문화 권력

사실 저도 처음에는 방송을 가볍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청자와 소통하며 방송하는 재미를 알게 됐고, 결국 BJ를 직업으로까지 선택하게 됐네요. 이제는 제 직업에 대한 애정이 생기고 오랫동안 방송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생기기도 하지요.

결국 지속적으로 많은 BJ가 이미 하고 있는 게임이나 먹방 콘텐츠 등이 아닌,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의 콘텐츠를 택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기에 너무 연연하는 '별풍선의 노예'가 되기보다는 풍부한 콘텐츠를 제공해 하루하루 팬이 늘어나는 것을 보며 즐거워할 수 있는 '행복한 BJ'가 되겠다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독창적이면서도 무궁무진한 콘텐츠로 무장한다면 그야말로 연예인보다도 더 큰 '문화 권력'으로도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거대한 희망도 가져봅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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