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대우조선해양 수사...산업은행 찍고 정치권?
2016.06.08 16:25
수정 : 2016.06.08 16:30기사원문
8일 오전 대우조선해양 본사와 옥포조선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한 검찰 부패수사단이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건물까지 압수수색 범위를 넓히면서 이번 수사가 단순히 기업비리 차원에서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뭔가 보여줘야’ 하는 특별수사단
지난 2월 출범한 후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부패수사단으로서는 첫 작품에서 무언가 보여줘야 할 필요성이 있는 만큼 분식회계나 불법대출로 끝날 단순한 사건에 칼을 겨누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검 중수부의 후신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지만 아직 임시조직에 머무르고 있는 부패범죄수사단으로서는 상설조직으로 가는 첫 단추를 잘 꿰야 할 필요성도 있다.
더구나 서울중앙지검과 창원지검 등에서 이미 시작한 수사를 부패수사단이 넘겨받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관계 로비 등 권력형 대형비리의 단서를 잡고 착수한 수사가 아니겠느냐는 추론까지 제기된다.
“비리 의혹에 대한 자료와 첩보 등을 수집하며 충실히 내사를 진행한 결과, 강제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김기동 단장의 언급도 이 같은 추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권력층 비호 없이 불가능한 부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수사자료가 상당히 오랫동안 여러 사건을 통해 축적돼 왔다는 점도 ‘대형 권력형 비리’라는 시각에 힘을 보태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남상태 전 사장과 고재호 전 사장 시절 수조원대의 분식회계로 부실을 숨겨왔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로 인해 소액주주들로부터 여러 건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상태이기도 하다.
또 3000t급 차세대 잠수함을 비롯한 국산 잠수함 개발계획인 ‘장보고 계획’ 등 각종 군용함정 개발과 취역과정에서 불거진 방산비리 수사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자료가 축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수조원대의 부실이 쌓이고 있던 2012~2015년 사이에도 상당한 규모의 방산로비를 한 정황이 포착된 상태다.
수조원대에 달하는 부실을 숨기고 그 와중에서 거액의 로비를 한 사실이 들통난 셈인데, 과연 정·관계 실력자들의 비호 없이 그런 것들이 가능하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적어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묵인이나 방조 없이는 불가능한 일로, 국책은행이라는 산업은행 특성상 핵심 권력층의 입김이 없이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는 의혹이다.
실제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 가면 산업은행은 들러리일 뿐”이라고 주장해 사실상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원이 청와대에서 결정됐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회복이 걸린 수사’라면서 검찰의 다음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 게이트 확대될지 '주목'
한편 대우조선의 부실경영 의혹은 지난해 6월 정성립 사장이 취임 직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해양플랜트 손실을 취합 중이라며 2분기 3조원대 손실을 공식화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대우조선은 이어 지난 3월에는 2013년, 2014년 각각 75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냈다고 정정공시했다. 이 때는 대우조선이 2013년, 2014년 모두 흑자를 냈다고 공시한 상태였다.
지난 2000년 출자전환을 통해 대우조선의 최대주주가 된 산업은행은 2009년부터 부행장 출신을 대우조선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보냈지만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수단이 이날 산업은행에 대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벌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검찰 안팎의 해석이다.
법조계에서는 '산피아(산업은행+마피아)'라는 얘기까지 돌 정도로 대우조선 내 산업은행 인사가 많은 점을 감안할 때 수사 칼날이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업무 전반과 산업은행에서 대우조선으로 자리를 옮긴 임원진 비리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방향으로 옮겨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경우에 따라서는 정치권까지 수사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에 따라 대우조선에 대한 산은의 공정자금이 투입되는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의 부당한 개입이 드러난다면 정치권을 뒤흔들 게이트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