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희망 꺾는 자극적 보고서" 발끈한 통계청장

      2016.06.14 22:00   수정 : 2016.06.14 22:01기사원문

"제가 이 분야에 30년 연구를 한 사람인데… 선배 연구자로서 (현대경제연구원이) 연구에 좀 신중했으면 한다."

유경준 통계청장(사진)이 발끈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청년 고용보조지표의 현황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두고서다.

부랴부랴 해명자료를 만들어 대전에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기자실로 한달음에 달려온 유 청장은 숨 돌릴 시간도 갖지 않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국제기준으로 취업자의 정의는 취업을 희망할 것, 취업이 가능할 것, 적극적 구직활동 등 세 가지 요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이 중 하나도 맞지 않은데 취업자로 분류하자고 하는 것은 도를 넘는 것이다." 유 청장의 첫마디다.

이날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취업자 기준과 관련, "통계청 고용보조지표에 포함되지 않는 '비자발적으로 비정규직에 종사하고 있는 청년'도 사실상 실업 상태에 놓여 있다"고 했다.

또 지금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그냥 쉬고 있는 청년'도 실업자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청장은 "이는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현된다면) 국제적으로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면서 "이런 자극적인 보고서가 나오면 청년층이 자꾸 절망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비자발적 비정규직 근로자는 이미 취업을 하고 있는 사람인데, 이 사람이 더 취업하고 싶다는 의사가 있다고 해서 실업에 포함시키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냥 쉬었음 인구'는 취업의사가 없고, 구직활동도 안 하고, 구직이 가능하지 않은 사람을 말하는데 이들을 어떻게 실업자로 하자는 건지 이해가 힘들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뒤에 정책대안을 보면 연구랑 상관없는 원론적인 얘기만 나열하고 있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동안 통계청이 내놓는 3대 동향지표(가계.물가.고용)와 관련, 현대연과 통계청이 여러 번 얼굴을 붉혔다는 점도 강조했다.

유 청장은 이 자리에서 체감 경기지표, 열정페이 등 현대연의 지난 보고서를 상기시키며 "통계 해석과 관련한 자극적인 보고서를 계속 써서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10월 현대연이 내놓은 체감 경기지표는 표본이 800개로, 표본 오차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통계의 기본이 안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수치는 표본 오차가 80~90에 가까워 통계로서 아무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열정페이에 대해서도 "자의적으로 해석했으면서도 각주나 제한적 해석을 달지 않고 보고서를 냈다"면서 "해석은 자의적으로 할 수는 있지만 이것이 자극을 넘어 왜곡이 돼버리면 곤란하다"고 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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