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한국에 대처하는 정부의 자세

      2016.06.20 16:39   수정 : 2016.06.20 16:39기사원문
유비무환이라고 했다. 재앙을 피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도 먼저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맞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것은 홍수나 가뭄을 막기 위해 댐을 건설하고, 독감에 걸리기 전에 예방주사를 맞는 것처럼 아주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한 재앙은 무엇일까. 지난주 일본에서 만난 경제학자들은 이구동성 늙어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상황을 비추어 볼 때, 부양해야 하는 인구가 점점 늘어난다는 것은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의 경우 65세 이상 고령자가 일본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기준 25.9%에 달한다. 전체 인구의 4분의 1 이상이 고령인구인 셈이다.
지난 주 일본 출장에서 만난 박상준 와세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995년 14.6%였던 비중이 불과 20년 사이에 1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며 "일본의 인구는 2007년 이후부터 줄었고, 경제활동인구는 그보다 앞선 1999년부터 감소했다. 인구고령화가 일본 장기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역시 '장기불황 터널'의 입구에 서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진 경제활동인구가 조금씩 늘고 있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경제활동인구가 급감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통계청은 2030년 한국이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13%였던 65세 이상 인구는 2030년 24%, 2040년 32%로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과 14년 남은 셈이다.

반면 작년까지 704만명이던 14세 이하 유소년 인구는 2060년 63.5%인 447만3000명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부양해야 하는 65세 이상 노인이 18명이었으나 2040년에는 57명으로 급증하게 된다.

현재 정부는 청년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예산편성은 물론 각종 정책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 더 멀리볼 필요도 있다. 그리 먼 시점도 아니다. 불과 14년만 지나도 일 할 사람이 부족할 수도 있다. 실제 일본의 유효구인배율은 2013년 1.03을 기록한 후 현재까지 1보다 높은 값을 기록하고 있다. 유효구인베율은 구인수를 구직자 수로 나눈 비율로 1을 넘으면 일손이 부족하다는 것이고, 1을 밑돌면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을 뜻한다. 일자리가 태부족인 현재 우리 형편에선 부러울 수 있는 이야기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이는 더욱 극복하기 어려운 재앙이다.

정부는 내년 각 부처 예산 398조1000억원을 편성한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부처에 예산을 더 주겠다고 하면서, 각 부처에선 SOC사업을 끼워넣어야 하는 것 아니냐하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오는 2060년이면 국민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는 와중에 SOC를 늘려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것은 왜 일까. 도쿄의 지하철 내 노약자석의 길이는 우리나라 지하철 노약자석보다 족히 2배는 더 길다는 사실을 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눈여겨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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