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브렉시트 결전의 현장′ 런던을 가다 (4)런던 ′캐너리 워프′에 드리운 먹구름 걷힐까

      2016.06.22 15:19   수정 : 2016.06.22 15:23기사원문


런던(영국)=김유진 기자】 런던의 동쪽에 자리잡은 '커네리 워프(Canary Wharf)'는 개의 섬(Isle of Dogs)이라 불리는 곳에 위치한 대규모 금융단지다. HSBC와 시티그룹,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세계 유수의 금융 회사들이 이 곳에 모여 호화로운 빌딩 숲을 이룬다.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코 앞으로 다가온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퇴근 무렵이 되자 직장인들이 노상 바(Bar)에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화 주제중에는 오는 23일 치러질 브렉시트 국민투표도 당연히 포함됐다.

이 곳 금융 종사자들은 한때 이 곳에 스카웃 돼 높은 보수를 받으며 일한다는 점에 자부심을 가졌지만, 지금은 직장에서 쫓겨날 가능성을 계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날 런던에서 가장 현대식으로 지어진 커네리 워프 지하철역에서 만난 니콜라 워터맨은 "아마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을 것"이라며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자리를 떴다.

"내 자리 없어질까 두려워"
워터맨은 금융업에 종사하지만 영국 국민이 아니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투표권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들 지경"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유럽연합(EU)를 떠나자고 하더니, 이번 주에 들어서자 다시 EU에 남자고 한다"면서 "결과를 도저히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6일 조 콕스 하원의원 피살사건으로 여론이 급반전되면서 영국의 EU잔류에 더 무게가 실린 분위기다. 하지만 만일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국제금융센터로 기능해 온 영국의 지위가 꺾일 가능성이 크다.

뉴욕과 함께 세계 양대 금융허브로 평가되는 영국 런던은 전 세계 금리파생상품 거래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이 중 파운드화 결제비중이 10.7% 차지할 만큼 적지 않다. 런던은 외환 시장거래도 40%를 점유하고 있는데, 이 시장에서 파운드화 결제비중이 11.8%나 된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가 파운드화 가치폭락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한다. 영국 금융시장의 충격파는 곧 유럽과 국제금융시장으로도 확산, 아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투자자금의 유출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이름을 알리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브렉시트로 내 사무실이 없어질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면서 "최근 금융시장이 어려워 대규모 감원까지 했는데, 런던에서 떠나게 되더라도 퇴사하지 않고 다른 지사로 이동할 수 있다면 최악은 면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우선 런던에서 사업하는 많은 금융사들이 EU역내로 이동하려 할 것"이라면서 "거래법도 뜯어 고쳐야 하고, 이런 것 하나하나가 전부 엄청난 비용"이라고 지적했다.

탈퇴 이후 시나리오
영국은 탈퇴나 잔류 둘 중 무엇을 결정하든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될 것인 만큼 적잖은 시련을 겪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영국이 최종적으로 EU탈퇴를 선언할 경우 EU 리스본 조약에 따라 탈퇴절차를 밟게 된다. 반면 잔류하게 되면 영국은 극명하게 양분된 여론을 수습해야 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브렉시트 절차는 EU탈퇴 조항이라고 불리는 리스본 조약 50조에 근거해 진행된다. 1993년 EU가 출범한 이후 이 조항은 단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다.

브렉시트 찬성표가 과반이면 캐머런 총리는 EU에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 탈퇴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통보해야 한다. 'EU조약 50조항'이라고 불리는 탈퇴조약은 총 5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고 EU 탈퇴협상 기간 및 재연장 기간, 재가입 근거 등이 담겼다.

이 조약에 따르면 유럽집행위원회는 유럽의회로부터 관세, 무역, 국경 등에 관한 쟁점을 협상할 수 있는 권한을 얻어 영국과 EU 탈퇴 협상에 나선다.

탈퇴는 유럽의회의 과반이 찬성하고, 유럽연합 이사회 투표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유럽연합 이사회 투표는 회원국 국력에 따라 투표수를 차등배분, 이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다만 유럽연합 이사회 협상기한은 27개 회원국 전원의 동의 아래 연장될 수 있고, 기한은 제한이 없다.


만일 이 협상 시한으로 제시된 2년 안에 EU와 영국 간의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영국 국민들은 EU국가 통행권 및 취업에 관한 권리 등을 잃게 된다. july20@fnnews.com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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