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힐 권리'이어 나온 '연결되지 않을 권리', 뜨거운 감자 되나
2016.06.23 15:59
수정 : 2016.06.23 15:59기사원문
유럽에서 시작된 '연결되지 않을 권리' 논의가 국내에서도 관련 법률안 발의를 통해 근로자들의 인권과 맞물리면서 '잊힐 권리' 이후 새로운 화두로 부상한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노사간 쟁점은 물론 SNS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국회와 업계, 인권단체 등 전문가들의 심도있는 논의를 통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공론화...사회적 합의 필요
23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퇴근 이후 문자메시지나 SNS 등 통신수단으로 업무지시를 내릴 수 없도록 하는 일명 '퇴근 후 업무카톡 금지법'이 발의된 이후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둘러싼 공방이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퇴근 후 회사 업무와 모바일로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명시한 것으로, 일단 법안에는 권고사항으로 명시했다.
지난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보통신기기에 의한 노동인권 침해 실태조사' 결과 직장인의 63%가 업무시간 이후 스마트폰으로 업무지시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될 만큼 업무시간 이후 SNS나 문자메시지를 통한 업무지시는 일반화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또 최근 직장인들이 익명으로 회사내 불만을 토로하는 용도로 쓰이는 한 모바일 서비스에는 업무시간 뒤 직장 상사로부터 받는 SNS 때문에 휴식을 취할 수 없다거나 사생활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신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 10월에 해당 개정안을 준비할 때만해도 입법조사처 등에선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지만 일단 개정안 발의로 기본권 부터 선언해 논의를 시작하게 하고 사회적 합의를 위한 토론도 활성화해 구체적인 세부조항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한 인터넷 전문가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논의의 진행 방향을 잡아야 할 문제"라며 "아직 국내에서는 개념조차 생소해 보다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근로자 인권 보장 vs. 업무 특성 고려 안한 과도한 경영간섭
'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퇴근시간 이후나 휴일에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통해 직장 상사나 회사 업무에 연결되지 않고 자신만의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스마트폰 대중화 이후 모바일을 통한 업무지시가 간편해지면서 업무시간 이후에는 근로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업무지시를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법률이 각 기업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채 업무 패턴에 과도하게 간섭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의 인사담당자는 "각 기업과 부서별 업무 특성이 다른데, 일률적으로 업무시간을 정해 그 이후 업무지시를 금지하는 것은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법률을 적용한 대상이 아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유럽은 이미 치열한 논란 중
유럽에서는 이미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중이다. 독일과 프랑스가 중심인데, 퇴근 이후 업무용 메신저나 이메일 전송을 금지하는 노사 협약이 체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프랑스에선 정부 법안 발의로 퇴근 이후 업무 관련 e메일을 보낼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근로계약서에 명시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일부 기업들은 퇴근 시간 이후 아예 회사 e메일 계정 접속을 차단하기도 했다.
독일에서도 '연결되지 않을 권리'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는 상태다.
캐나다 스마트폰 업체 블랙베리도 퇴근 시간 이후 메신저를 통한 업무 지시를 금지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