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물주려다 농수로 빠져 사망..法 “접근 차단안한 농어촌공사도 40%책임”
2016.07.04 08:22
수정 : 2016.07.04 08:22기사원문
서울중앙지법 민사209단독 오상용 판사는 이모씨(사망 당시 87세) 유족이 농어촌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씨 남편에게 1660여만원, 자녀 5명에게 각 6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이씨는 경기 파주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 살며 단지 근방에 텃밭을 가꿨다. 인근에 수심 90㎝ 깊이의 농수로가 있어 주민들은 농수로에서 물을 길어다 텃밭에 물을 주곤 했다.
지난해 5월에도 이씨는 텃밭에 간다며 호미를 들고 집을 나갔는데 귀가하지 않았다. 가족들은 경찰에 가출 신고를 했다. 이튿날 오후 이씨는 2㎞가량 더 내려간 농수로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사인은 익사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씨가 농수로에 내려가 물을 뜨려다 빠져 숨진 것으로 추정했고 이씨 유족은 농수로 관리 주체인 농어촌공사가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농수로 인근에 대단위 아파트가 인접해 있고 주민들이 텃밭에 물을 주기 위해 농수로로 통하는 계단까지 설치해 오간 점, 사고 3주 전에도 알코올 중독의 40대 남성이 농수로에 빠져 숨진 점 등을 볼 때 농수로에서 사망사고의 발생 위험이 크다고 봤다.
재판부는 "농어촌공사는 이 사건 농수로의 관리자로서 위험표시판을 세우고, 그 부근에 차단벽이나 철조망 등을 설치해 망인과 같은 인근 주민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한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씨가 주의를 게을리해 농수로에 빠진 잘못도 있다며 공사의 책임을 40%로 한정, 배상금을 4960여만원으로 정했다. 이씨의 손자녀들도 위자료를 청구했지만 이 부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