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상황 비교 보고서 출간 박상준 와세다대 경제학과 교수

      2016.07.04 16:55   수정 : 2016.07.04 16:55기사원문

【 도쿄(일본)=김용훈 기자】 "포퓰리즘 성격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확장적 재정정책을 쓰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어디에 쓰느냐가 중요하다."

한국과 일본 간 경제 상황을 비교 연구한 보고서 '불황터널, 진입하는 한국.탈출하는 일본'을 최근 출간한 일본 와세다대 경제학과의 박상준 교수(사진)를 지난달 15일 와세다대에 있는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박 교수는 "(한국의) 저성장은 어쩔 수 없다. 과거 고도성장기와 달라 노력한다고 해도 과거와 같은 4~5%대의 성장률 달성은 어렵다"며 "그래서 더욱 정부의 정책이 중요하다. 올해 추경이나 내년 예산편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경기부양책으로 더 이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를테면 한국 경제 역시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는 의미다.
박 교수는 "통화정책은 경기를 살리는 효과는 없다. 완화적 통화정책을 취하지 않는다면 경기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인하한 한국은행의 판단은 옳다"면서도 "다만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그리고 이주열 한은 총재도 언급한 것처럼 정부의 재정확대가 함께 가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우리가 일본과 같이 양적완화 정책을 펴는 것은 불필요할 뿐 아니라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한국은 아직 디플레이션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 당장 집을 사면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들이 더 많은 상황"이라며 "게다가 한국은 다른 나라에 돈을 가장 많이 빌려준 일본과는 차이가 있다. 엔화는 위기 시 가치가 오르지만 원화는 떨어진다. 양적완화를 통해 원화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특히 현재 한국의 극심한 구직난을 해소하기 위해선 기업들의 좋은 일자리 창출, 더 많은 중견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유효구인배율'이 1을 밑돈다. 1을 밑돈다는 것은 일자리가 구직자보다 많다는 의미"라며 "물론 정부가 설명하는 것처럼 높은 대학진학률로 인해 구직자들의 눈높이가 상승한 탓도 있지만,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탓이 크다. 일본은 300인 이상 기업에 취업하는 비중이 24%나 되는 반면 한국은 9%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노동조합이 노동개혁을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일부 '강성 노조'와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한국 기업의 노사관계를 보면 대부분 기업이 경영진에 힘이 쏠려 있다. 실제 한국 기업의 노조 결성률은 10%가 채 안 된다. 노동자가 약한 위치에 있는데 노조가 노동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주장은 잘못됐다"며 "다만 일부 강성 노조는 문제가 있다. 일례로 어느 강성 노조는 고용을 자식에게 세습도 한다고 한다. 이게 만일 공무원 조직이라고 생각해보라"고 반문했다.

일본 경제에 대해선 이제 서서히 불황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지난 2013~2015년 최근 3년간 일본 경제를 보면 확실히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부터 고용시장은 확실히 좋아졌고, 새로운 먹거리를 위한 연구개발(R&D)도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맞이해 신기술을 전 세계에 보여주려고 한다. 무인자동차가 도시를 주행하는 식의 장면이다. 수출의 방향도 그런 신기술 쪽으로 틀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박 교수는 도쿄올림픽이 일본 경제 재도약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근 일본에선 도쿄올림픽의 경제적 효과가 부각되고 있다. 고이즈미 내각 당시 재무장관을 지낸 다케나카 헤이조 등이 이 같은 주장을 설파하고 있다.
박교수는 "물론 도쿄올림픽을 통해 관광객이 일본을 많이 찾겠고, 신산업에 대한 선전효과도 기대된다"며 "하지만 도쿄올림픽이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긴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