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끼워맞추기식 무리한 조사".. 시중은행들, 일단 '안도의 한숨'
2016.07.06 17:43
수정 : 2016.07.06 21:58기사원문
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SC 등 6개 시중은행이 4년 만에 CD금리 담합 의혹에서 벗어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날 "전원회의 판단 결과 CD금리 담합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해 법 위반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심의절차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소송요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혐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각하' 결정으로, '무혐의'의 전 단계다. 은행들은 일단 안도하면서도 혹시 모를 추가 법적 분쟁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공정위 심사보고서 허점투성이
6일 금융권은 CD금리 담합 사건을 공정위의 완전한 '패소'로 평가했다. "판단이 어렵다"는 애매한 결론으로, 시원스레 '무혐의'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도 4년이나 끌어온 조사에 대한 마지막 자존심이었을 것이란 평가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열린 전원회의에서는 공정위가 제출한 심사보고서에 대한 지적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공정위는 지난 2011년 12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시중금리가 0.29%포인트 하락하는 동안 CD금리는 3.54~3.55%로 거의 변동이 없었던 점을 근거로, 은행들이 CD금리를 높게 유지해 부당이득을 얻었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심사관들은 공정위의 추정 근거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2009년 당시 은행 예금잔액에서 CD는 제외해서 계산하도록 한 예대율 규제 탓에 CD 발행이 급격하게 줄어든 요인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 결국 CD금리가 시장과 무관하게 전날 고시수익률을 기준으로 결정되면서 경직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한 심사 관계자는 "미국은 CD 발행이 없을 때는 고시금리 제도 자체를 없앴다"며 "우리는 고시금리가 있어 은행이 따라갔는데 그게 담합인가"라고 지적했다.
담합 유인은 대출금리 차에 의한 수익인데 그 기간 CD금리 대출잔액은 57조원에서 12조원으로 급감했다는 것도 무혐의 근거로 제시했다. 한 심사관은 "은행들은 대출금리 중 가산금리를 조정해 이익을 만들어낸다. 담합을 하려면 오히려 가산금리로 했어야 맞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CD대출과 CD금리 사이엔 구체적 인과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2년 공정위 현장조사가 시작됐지만 그 이후에도 CD금리 변화가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공정위가 현장조사를 벌이는 와중에도 담합이 이뤄질 수 있느냐는 반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정위의 심사보고서는 전문성이 없었고, 결론에 끼워맞추기 위해 근거를 누락한 정황도 포착됐다"며 "심사관들도 이를 인정했고, 8명 중 5명 정도가 은행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또 다른 법적 분쟁 가능성은
이제 은행들은 혹시 모를 또 다른 법적 분쟁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그동안 6개 은행은 CD금리 담합 의혹에 대해 공정위가 '담합' 결정을 내릴 것에 대비, 법무법인을 선임하며 법적 절차를 준비해 왔다. KB국민은행은 율촌, SC제일은행은 광장, 신한.우리은행은 김앤장, KEB하나.농협은행은 세종을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소비자원은 지난 2012년 1000여명을 모집해 두 차례 집단소송을 제기했지만 공정위의 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재개하기로 합의, 잠정중단한 상태다.
이날 금소원은 "CD금리 담합과 관련한 집단소송을 재개하겠다"고 밝혀 우려를 키웠다. 금소원은 자체 분석을 통해 금리담합으로 인한 피해자가 500만명, 피해 규모는 4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집단소송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금융권 법무팀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자존심을 걸고 4년간 조사했지만 CD금리 담합에 대한 뚜렷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혐의가 전혀 없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소송을 내기는 어렵고, 설령 소송이 제기된다 해도 승소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