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남중국해 영유권 판결 앞두고 美·中, 군사훈련 등 벼랑끝 대치

      2016.07.11 17:19   수정 : 2016.07.11 17:19기사원문
【 베이징=김홍재 특파원】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에 대한 헤이그 판결을 하루 앞두고 중국이 불리한 판결에 대비해 인공섬에 등대를 가동하고 전략폭격기를 동원해 군사훈련을 벌였다.

이에 맞서 미국도 이 지역에서 군사훈련을 하고 있으며 중국을 제소한 필리핀은 판결이 나오면 미국 등 동맹국과 후속대책을 상의한 뒤 중국과 양자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1일 중국 교통운수부는 전날 닝보에서 '중국 항해의 날' 기념포럼을 열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스프래틀리군도(중국명 난사군도)에 건설 중인 5개 등대 중 4개가 이미 완공돼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항해의 날'은 과거 명나라 시절 정화의 남해원정 600주년을 기념해 작년부터 제정된 날로 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위해 이날을 기념해 포럼을 열고 있다.

쉬루칭 교통부 해사국장은 "지난 5월부터 5개 암초에 대형 등대를 설치하기 시작했다"며 "나머지 미스치프 환초(메이지자오)의 등대도 완공되는 대로 가동일정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들 5개 대형 다목적 등대는 높이가 50∼55m, 직경 4.5m의 대형 회전식 등기(燈器)와 첨단장비를 갖추고 불빛 도달거리가 22해리에 이른다.

이번 발표는 12일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중재판결을 앞두고 중국이 남중국해 해상안전에 기여하고 있고 이미 실효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기 위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중국은 PCA 판결을 앞두고 지난 5일부터 파라셀 군도에서 남해, 동해, 북해함대 등 중국 해군의 3대 함대와 군함 100여척, 항공병단, 잠수함 등을 동원해 군사훈련을 벌였다.


이에 맞서 미국도 현재 이 부근에서 항공모함 2척을 동원해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일(현지시간) 파라셀 제도 해상에서 선원 5명을 태운 베트남 어선이 중국 선박 2척에 들이받혀 침몰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PCA 판결 결과가 중국에 불리하게 나올 경우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판결의 핵심 쟁점은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의 근거로 삼고 있는 '남해구단선'과 중국이 인위적으로 조성한 인공섬에 대한 법적 지위에 대한 인정 여부다. 하지만 남해구단선은 지난 1982년 제정된 유엔 해양법협약(UNCLOS)에 위배되고 인공섬도 이에 저촉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상황을 놓고 보면 중국에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중국 외교부 류전민 부부장은 이날 중국 공산당 이론지 '추스' 최신호에 PCA가 관할권을 남용, 부당한 결론을 내려한다는 중국의 주장을 되풀이하며 재판부 구성의 절차적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중국 정부는 이번 판결에서 자국에 불리한 판결이 나올 것에 대비해 어떤 판결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은 필리핀 등 동맹국과 PCA 결과가 나오는 대로 중국을 압박할 계획이다. 필리핀 페르펙토 야사이 외무장관은 전날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필리핀은 중국과 대화를 하기 전에 미국, 일본, 호주 등 동맹국들과 먼저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출범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정부가 베니그노 아키노 전 정부와 달리 중국에 유화적인 태도를 취해 그동안 대중국 강경책을 펴온 미국과의 공동 노선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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