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폭락, 약 2년만에 최대폭 하락…아베노믹스에 단비

      2016.07.12 06:24   수정 : 2016.07.12 06:24기사원문
일본 엔화가 11일(현지시간) 약 2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가치가 떨어졌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참의원 선거 승리 뒤 내놓은 대규모 재정확대 계획이 효과를 발휘했다.

고속철도 건설 계획을 앞당기는 등 10조엔 규모의 재정확대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으로 엔은 31개 주요 통화에 대해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했다.

특히 이날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사상최고치로 치솟으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둔화된 것도 엔 하락에 보탬이 됐다.

엔은 이날 오전 뉴욕시장에서 지난 주말대비 2.3% 하락한 달러당 102.86엔까지 밀려 2014년 10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유로에 대해서도 113.69엔까지 떨어졌다.

오후 들어 낙폭을 일부 만회해 2.2% 내린 달러당 102.75엔에 거래됐다.

토론토-도미니언 은행의 외환전략 책임자 마크 매코믹은 블룸버그통신에 "재정확대 분위기 속에 일본은행(BOJ)이 통화완화를 통해 거시경제 부양 정책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엔 폭락세를 불렀다면서 참의원 선거는 "대대적인 구조개혁 가능성과 함께 엔 약세의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2012년 12월 취임 뒤 들고 나온 경기부양정책인 아베노믹스 여파로 하락세를 보이던 엔은 지난해 이후 일은의 통화완화 확대가 주춤하고,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강세로 돌아서 아베노믹스의 성공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워왔다.

올들어서는 일은의 채권매입으로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와중에도 달러에 대해 17% 가치가 급등했다.

엔저를 통해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디플레이션(물가하락) 기대심리를 타파하고, 수출을 끌어어올려 경기를 부양하려던 일본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10일 참의원 선거 압승이 일단 이같은 악순환 고리를 끊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아베 총리가 탄탄한 지지율을 바탕으로 과감한 경기부양책에 나설 것임을 천명하면서 엔은 다시 약세로 돌아섰고 이는 엔저를 통한 수출확대→경기부양의 선순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대외변수도 엔저를 도왔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영국내 정정불안이 완화된 것도 엔 약세로 연결됐다.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이 13일 데이비드 캐머론 총리를 이어 영국 총리에 취임할 예정이다. 메이 장관은 '성공적인 브렉시트'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혀 브렉시트 결정을 되돌리는 일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지난주 미 고용지표 개선에 힘입어 뉴욕증시의 S&P 500 지수가 사상최고치로 차솟은 것도 엔 약세에는 긍정적이었다.

웰스파고 외환전략가 에릭 빌로리아는 "이는 안전자산으로서의 엔에 대한 수요 둔화를 시사한다"고 말했다.


도쿄 크레디아그리콜의 외환부문 책임자 사이토 유지는 "일본 정부의 경기부양잭이 지속된다면 부양 규모 역시 커질 수 있다"면서 "이같은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엔 매도세를 불렀다"고 설명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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