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열차 소음·진동으로 자라 폐사, 첫 배상판결
2016.07.13 12:00
수정 : 2016.07.13 12:00기사원문
고속열차가 운행할 때 발생하는 소음·진동 때문에 근처 양식장이 피해를 입었다는 환경분쟁사건에서 첫 배상 결정이 나왔다. 양식장에서 키우는 자라가 잠을 자지 못해 폐사했다는 피해자 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공사장 소음에 대한 배상 판결은 여러 차례 있었으나 고속열차 소음은 이번이 처음이다.
13일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전남 장성군에서 20년째 자라를 키우고 있는 A씨는 지난해 3월부터 이상하게 자라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다가 폐사하는 것을 보고 속이 탔다. 알고 있는 지식을 모두 동원해봤으나 원인을 찾을 수 없었고 죽어가는 자라는 3500마리까지 늘어났다.
그러던 중 A씨는 양식장으로부터 35~40m떨어진 곳에서 고속철도가 다니기 시작했다는 것이 떠올랐다. 공교롭게도 고속철도 시범운행 시기와 자라가 폐사하던 때도 일치했다.
고속철도 측은 A씨의 의견을 받아들여 소음·진동을 측정해봤다. 하지만 소음과 진동은 철도교통 관리기준 이내로 나왔다. 이는 고속열차 운행이 자라양식장의 직접적인 피해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근거가 됐다.
그러나 환경분쟁위는 고속철도의 경우 공사장 소음·진동과 달리 소음·진동 실측을 통한 수중소음도 재현이 가능하고 봤다. 소음이 물속까지 전달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측결과 평상시 수중소음도는 105~112dB/μPa수준이었지만 고속열차 통과할 때 수중소음도는 129~137dB/μPa까지 올라갔다. 평상시보다 27~35dB/μPa 증가한 수치다.
통상 자라 등 양식 어류의 소음·진동 피해는 배경 소음과 20dB/μPa이상 차이가 나면 인정해준다.
실측에 참여한 전문가들도 고속철도 운행시 발생한 소음·진동이 양식장의 자라에 동면 부족 등으로 피해를 주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자라가 일단 소음·진동에 노출될 경우 스트레스를 받아 산소소비량 감소, 면역기능 저하 등 생리적인 변화를 일으키게 되며 그 결과 직접 폐사하거나 산란·사료섭취·생장 등에 심각한 피해를 유발시킨다는 국내 연구결과도 근거가 됐다.
다만 환경분쟁위원회는 자라의 자연폐사율이 10~30%에 이른다는 점, 소음·진동 수준이 법적 기준치인 140dB/μPa 이내라는 점 등을 감안해 피해액을 65%인 7626만원으로 결정했다.
남광희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장은 “평소와 고속열차가 다닐 때 소음·진동 차이가 크면 양식장은 피해를 볼 수 있다”면서 “철도시설의 설치·관리자는 사전에 소음·진동이 최소화되도록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