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서 '일하는 국회' 외치더니.. 의원 10명중 4명 입법활동 '0'
2016.07.14 17:56
수정 : 2016.07.14 17:56기사원문
제20대 국회 소속 여야 국회의원 10명 중 4명은 사실상 입법 활동 실적이 '0'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실적 쌓기'에만 매몰된 듯 급증하는 의원 입법에 대한 질적 향상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한편에서는 '입법 활동'을 등한시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20대 국회가 여야 모두 '일하는 국회'를 주창하며 국회 역사상 최단 시간 개원이라는 성과를 거두는 등 기대를 모았지만 정작 기본적인 책무에는 소홀하면서 비판을 자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입법 활동이 예산, 대정부 활동 등과 함께 국회의원의 대표적인 업무라는 점에서 '직무 유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14일 국회모니터링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와 국회의안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으로 20대 국회 개원 이후 입법 활동(법안 대표 발의)이 단 한 건도 없는 국회의원은 총 119명으로 집계됐다.
20대 국회가 5일 후면 문을 연지 50일째를 맞지만 전체 국회의원(300명) 가운데 약 40%에 해당하는 의원들이 '1호 법안' 발의를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리는 것도 입법 활동에 해당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지만 사실상 '형식적인 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회법 79조 1항에 따르면 법안 발의를 위해서는 대표 발의자를 포함해 10명 이상의 의원 '찬성'이 필요한 만큼 요건을 갖추기 위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과거에는 공동 발의도 의정 활동의 성과 중 하나로 평가받았지만 최근들어서는 발의되는 법안들이 워낙 많다보니 의미가 많이 퇴색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지난 13일까지 20대 국회 개원 이후 발의된 의원입법은 859건에 이른다. 19대 국회에서 같은 기간 발의된 의원입법이 685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5% 넘게 증가했다. 지난 19대 국회가 역대 최대 법안 발의 건수(1만7822건)를 기록했었다는 점에서 20대 국회가 기록을 경신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다.
이어 이 관계자는 "공동 발의 요청이 오면 대부분 보좌진들이 1차적으로 검토를 하고, 의원들은 주요 내용만 살펴보는 경우가 많고, 법안 처리 등에 적극나서는 경우도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입법 활동을 하지않는 국회의원들은 사실상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이옥남 정치실장은 "1명이 수십건의 법안을 무더기로 발의하는 등 국회의원들의 무분별한 법안 발의도 문제이지만, 상임위원회가 이미 다 구성되는 등 환경이 조성된 상황임에도 국회의원들이 본인들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 중 하나인 입법 활동에 소홀하다는 것은 스스로 반성해 볼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조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