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하루가 급한데.. 경제법안 국회만 가면 감감무소식

      2016.07.31 17:44   수정 : 2016.07.31 22:02기사원문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을 탈피하기 위해선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구조조정, 민생대란을 해결해야 한다."

사면초가에 놓인 한국 경제가 회생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선 정치권이 경제 관련 정쟁을 거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순한 경기부양으로는 국내 경제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인데도 정치권은 여전히 민생법안 발목잡기 등으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추경, 늦어지면 효과 반감…국회는 또 '정쟁' 중

이 같은 지적은 당장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되고 있다. 구조조정 지원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11조원 규모로 편성된 추경안은 지난달 26일 국회에 제출됐지만 누리과정예산 편성을 놓고 여야 간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서 아직 심의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상태다.


7월 31일 국회예산정책처가 2016년도 추경안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추경예산이 2016년 3.4분기(7~9월) 내 100% 집행될 때 올 하반기에만 2만6820명의 고용창출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또 내년에는 추경으로 인한 고용효과가 더 커져 4만5490명의 일자리가 생기는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추경으로 내년까지 총 7만2310명의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다. 이는 당초 정부가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 예상했던 신규 일자리 6만8000개를 넘어선 규모다.

그러나 만약 3.4분기 예산집행률이 50%로 떨어지고 나머지 예산집행이 4.4분기(9~12월)로 미뤄질 경우 올 하반기와 내년 고용효과는 각각 2만5130명, 4만4190명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일자리 규모도 정부 예상보다 적은 6만9320명으로 전망됐다.

결국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하다는 걸 말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추경이 경기부양효과를 갖기 위한 규모보다 적게 편성돼 있는데 시기까지 늦어지면 효과는 더 떨어질 것"이라며 "어차피 예산을 편성하는 거라면 조속히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바람대로 8월 12일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8월 둘째주에 상임위 일정이 잡혀야 하지만 '누리과정 예산' 문제가 불거지면서 여야가 상임위 심의일정을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추경에 편성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1조9000억원으로 누리과정 예산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정부가 보다 근본적인 누리과정 재원 확충 해법을 내놔야 한다며 심의를 거부하고 있다. 정쟁으로 경제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상황이 또 한번 재연되는 셈이다.

■"미증유의 경제위기…합의법안부터 통과시켜야"

여야가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법안을 인질로 잡고 맹목적으로 싸우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8대 국회 당시인 2011년 12월 30일 발의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다. 이 법안은 18, 19대를 거쳐 20대 국회에 들어서도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15.1%(2015년 3.4분기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9.2%)의 절반에 불과하다. 증가 속도도 2006년(14.8%)과 비교하면 불과 0.3%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OECD 평균은 2.8%포인트 상승했다. OECD 24개국 중에서 서비스 수출액의 순위도 12위로 제조업 수출액(4위)에 크게 떨어진다.

게다가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끌었던 제조업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서비스업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특별한 시설이나 무거운 설비가 없어도 아이디어나 인재만 활용해 수익을 내는 서비스업이 우리 산업구조에 보완돼야 한다"며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업의 파이를 키우는 첫걸음으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입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경제단체협의회 역시 시급한 입법을 요구하는 상황이지만, 국회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뿐 아니다. 지역에 특화된 산업에 대해 규제를 대폭 완화해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규제프리존특별법을 비롯해 노동개혁 4개 법안('근로기준법' '산재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 '파견근로자보호법'),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포함한 '은행법' 개정안과 '원격의료 허용법' '빅데이터산업진흥법'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도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을 감안하면 정쟁에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과 겸임교수(고려대 전 총장)는 "2.6% 저성장은 우리 국민이 먹고살 수 있는 성장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라며 "단순한 경기부양으로는 국내 경제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5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GDP)을 3%에서 2.6%로 수정했다.

특히 그는 대외적으로는 '국내 경제는 세계의 경제전쟁의 포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기회의 땅이던 중국은 현재 수출시장을 가로막고 중국자본으로 국내기업을 삼키고 있으며 유능한 인재 이탈을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의 엔저 공습, 유럽의 마이너스 금리, 미국 금리인상, 신흥국 저가공세로 사면초가"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송정숙 전 보건사회부 장관은 "한국 경제는 국내외 협공을 당하는 심각한 상태"라며 "무지의 문제가 아니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미증유의 경제위기다.
그런데 정치권은 정파적 이익에 포로가 돼 위기대처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적어도 여야의 의견이 접근된 법안이라도 먼저 통과시키는 것이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필상 교수는 "노동4법인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상보험법은 여야가 의견이 접근돼 있는데 왜 통과를 시키지 않느냐"며 "패키지로 묶여 통과하지 않는 것은 입법 횡포이며 절충이 안되면 합의법안부터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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