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자산배분 글로벌화.. 저성장·고령화 '돌파구'

      2016.07.31 18:54   수정 : 2016.07.31 18:54기사원문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무려 3번이나 낮췄다. 전망치 하향 조정을 세 차례나 한 것을 두고 한은의 경제 인식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는 '몇 %'라는 수치상의 정확성 여부가 아니라 한국경제의 저성장이 구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950년대 중반 이후 3% 미만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1980년, 1998년, 2003년, 2009년, 2012년, 2013년, 2015년 단 여섯 차례에 불과했다. 올해까지 포함하면 일곱 번으로 늘어날 것이다.


1980년에는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정치적 격변이 있었고, 1998년은 외환위기가 발생했다. 2003년에는 카드대란이,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했다. 이들 시기에는 V자 반등을 하면서 3% 미만의 저성장을 극복했다. 2012년 이후는 사정이 다르다. 2014년에만 3.3%의 성장률을 보였을 뿐 계속 3% 미만을 기록하고 있다. 고성장을 하는 국가라 하더라도 일정 경제발전 단계에 이르면 성장률이 둔화된다. 영원한 고성장이란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문제는 고성장에서 저성장으로 이행하는 변화 과정이 상당히 고통스럽다는 점이다. 소득도 늘지 않고, 내수도 예전 보다 못하고, 사회적 격차도 심화된다.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들이다.

실물경제 차원에서 저성장을 극복하는 방법은 교과서적인 얘기지만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저성장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저성장을 돌파할 경제적 혁신이 보이지 않는 게 더 두려운 것이다.

자산운용 측면에서도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돈을 버는 방법은 소득을 늘리거나 아니면 보유한 자산의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 여기서 소득이 늘지 않으면 더더욱 자산의 수익성을 높이는 문제가 상대적으로 더 중요해진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자산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주식과 같은 리스크 자산의 가격이 올라야 한다. 그런데 현재 국내 증시는 상당 기간 박스피 장세를 보이고 있고, 앞날도 당분간은 희망적이지 않다. 저금리에 힘입은 부동산 가격 상승세도 영원할 수 없다. 소득은 늘지 않는 가운데 부채의 힘으로 계속 상승하는 것은 무리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투자의 지역적 지평을 넓히는 적극적인 자산배분이 필요하다.

최근 한국경제의 일본화(日本化)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만일 일본식 장기 불황이 온다면 자산을 국내에만 두는 것은 자산운용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일이 될 것이다. 실제 일본은 해외투자를 늘려서 수출로 벌어들이는 돈(무역수지)에 버금가는 이전수지를 기록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 물건을 팔아서 버는 돈도 돈이고, 해외 투자로 배당이나 이자 혹은 매매 차익을 얻어서 버는 돈도 돈이다. 지금까지 실물에서 버는 돈만을 강조하는 풍토에서 벗어나 자본을 활용해서 버는 돈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저성장이 심화되고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수록 자산배분을 통한 자본 효율성 제고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질 것이다. 특히 장기간에 걸쳐서 축적하고 운용해야 하는 연금 자산의 자산배분은 더욱 절실하다. 국민연금은 연기금은 이미 글로벌 투자, 대체투자 등의 투자 지역과 대상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개인들의 연금 자산배분은 여전히 예금과 부동산 위주의 국내 편향을 보이고 있다. 개인들이 자산배분을 바꾸기 위해서는 인식 전환과 더불어 금융회사들의 자산배분 능력이 향상되어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자산배분을 했는 데도 수익률이 더 나빠진다면 투자자들은 그 금융회사의 자산배분 능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국내 금융산업도 이제 저성장 시대에 맞게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 그 체질 개선의 노력 중 하나가 자산배분 능력의 제고다.
자산배분 능력이 금융 경쟁력의 요체가 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이상건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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