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소통 단절, 지역구 주민 만남도 신중

      2016.08.03 17:32   수정 : 2016.08.03 17:32기사원문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도입의 후폭풍은 정치권에도 불고 있다.

국회가 입법의 중심 무대로 국회의원과 보좌진은 물론이고 각종 정부기관과 이해관계자, 언론인의 교류의 장인 점을 감안할 때 여의도 풍속도 크게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영란법 도입으로 '민원전달 창구'로서 국회의원 본연의 기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의원들로서는 지역구민을 포함해 많은 국민을 만나 소통해야 하지만 '김영란법'에 저촉될 것을 걱정해 만남이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시작되고 첫 케이스로 누군가 걸릴 텐데, 자신이 첫 타자가 되지 않으려고 다들 눈치를 많이 보다보니 정말 공익적인 목적을 가지고 하는 민원인과의 만남 기회도 저해될 수 있다.
의원들도 이런 걸 걱정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들이 '공익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것'을 김영란법상 부정청탁 예외범위로 두는 것을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는 만큼 민원인들과의 접촉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야권의 한 중진 의원은 파이낸셜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연히 사람 만날 때마다 조심해야 하는 만큼 불편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우리 사회가 청렴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다소 불편하긴 하더라도 감수해야 하는 부분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여기에다 지역구 행사는 물론이고 외부단체 요청으로 강연에 나서는 것도 상당수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의원 보좌진의 업무 강도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좌관은 "김영란법이 3.5.10만원으로 정해졌는데 자세히 보면 3만원 이내여도 안 되는 경우가 있는 등 금액은 맞춘다고 해도 어떤 경우에 적용이 되고 안 되는지를 다 일일이 찾아보고 매번 판단해야 한다"면서 "사실상 보좌진은 김영란법을 완벽히 숙지해야 하는데, 각자 정무나 입법 등의 기존 업무를 맡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케이스별로 김영란법을 적용해 불법 유무를 판단하는 게 사실상 쉽지 않다. 업무가 너무 과중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입법조사처 등 국회 차원에서 김영란법 저촉 사례 등을 정기적으로 조사해 월별 또는 주기적으로 의원실에 통보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대국민 소통창구 역할을 하던 언론과의 관계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자유롭게 이뤄지던 기자간담회나 토론회, 식사 자리 등에 대한 제약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보좌진들은 벌써부터 해법 찾기에 분주한 모습니다.

한 보좌진은 "기자들과의 소통을 단절할 수는 없는 만큼 앞으로 기자들과 미팅 자리에서는 시작 전에 일정 금액을 갹출할 계획"이라며 "일일이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의원실마다 합법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당국의 권력이 막강해지는 만큼 정치인들을 옥죄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여권의 한 중진 의원은 "제일 중요한 게 검찰의 위상이 너무 강해진다는 것"이라며 "국회의원에 대한 여론이 안 좋기 때문에 시범 케이스로 가장 먼저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정권이나 검찰이 맘에 들어하지 않는 의원들의 경우 경계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검찰이 휘두르는 칼 끝을 지켜보기만 해야 되는 거 아니냐는 걱정부터 당장 수사는 아니더라도 흠집내기용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관측이 의원들 사이에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다른 의원실 관계자도 "검찰이 부당한 요청 등을 가지고 정치인을 옭아맬 수 있는 가장 좋은 카드를 쥔 것은 맞다"고 강조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조지민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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